연속 행사는 전두환 정권 이후 40년만…"군사정권 떠올려" 지적
세금 투입‧장병 부상 등으로 비판…극심한 교통 정체도 예상
국방부 "장병 사기 진작과 방산 수출 등 긍정적 효과 고려"
국군의 날을 맞이해 서울 도심에서 '시가행진'이 펼쳐진다. 정부는 지난해 10년 만에 시가행진을 부활시킨 데 이어, 올해 '2년 연속' 시가행진을 진행한다. 연이어 시가행진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5공화국 이후 최초다. 군의 사기를 높이고 북한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행사라는 설명이지만, 8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낭비하고 남북간 군사적 위험을 고조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가행진에 '현무-5' 공개…의미는?
제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육‧해‧공군 병력과 장비가 참여하는 시가행진이 서울 숭례문~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시가행진은 지난해 제 75주년 국군의 날을 계기로 10년 만에 부활했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2년 연속으로 열린 것은 전두환 정권 때 이후 40년 만이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0년부터 1984년까지는 매년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시가행진이 진행됐다.
시가행진을 포함한 대규모 국군의 날 행사는 1998년 이후부터는 대체로 5년에 한 번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시가행진을 생략했다. 낮 시간 대신 저녁 시간에 국군의날 기념식을 시행하고, 공군 에어쇼와 인기 가수 공연 등으로 국군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북한 정권 눈치보기"라며 비판했으나, 당시 정부는 "평화 기조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장병들의 관점에서도 해석돼야 한다. 기수단과 장병들이 발을 맞춰서 열병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시가행진을 부활시킨 것은 대북 억지력을 확대하려는 안보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진행되는 시가행진에 우리 군의 '괴물 미사일'인 '현무-5'를 처음 공개하기로 했다. 탄두 중량이 8t 가량에 달하는 현무-5는 한미 미사일사거리지침 폐지 이후 개발이 본격화돼, 사실상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군이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현무-4'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 행사에서 현무-5를 공개하는 것은 최근 오물풍선 살포,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장병 복지는 뒷전…병정놀이" 비판도
그러나 군사 장비를 대규모로 운용하는 군사 퍼레이드가 연례 행사화되는 것에 대해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군의 날 행사 연습 중 군인들이 부상을 입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정놀이' 지적도 제기됐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2명의 장병이 시가행진 연습 중에 부상을 입었다. 한 해병대 병사는 행진 연습 중 현기증으로 쓰러지면서 총에 아래 턱을 부딪혀 입원 치료를 받았고, 한 특전사 부사관은 2m 높이 각목 격파 시범 연습 중 발목이 골절돼 수술을 받았다.
천 의원은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왜 병사를 다치게 하면서까지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시가행진을 추진하는 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장병 복지는 뒷전이고 대통령의 병정놀음에만 심취했다"고 비판했다.
예산 낭비에 대한 문제도 대두된다. 천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 예산으로 지난해 101억원에 이어 올해 79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시가행진을 진행하지 않았던 2020~2022년 국군의 날 행사 평균 예산(약 21억원)보다 큰 규모다. 시가행진에 투입되는 79억원의 예산을 장병 복지 등에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