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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정상화’ 모색한다지만…‘뚝심’ 밀고 나가기엔 팬덤·대중 시선 차가워
[일요신문] 과연 비정상적인 내부의 '정상화'가 이뤄질까, 아니면 '비정상의 더 큰 비정상화'란 결말로 마무리될까. 신임 대표이사로 교체된 지 고작 일주일 만에 회사의 유일한 소속 그룹과 팬덤을 뒤흔들며 그들이 구축해 온 세계관을 뿌리부터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연예기획사 하이브(HYBE)의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 신 경영진의 '민희진 쳐내기'가 '민희진 지우기'로 이어진, 다소 무모한 행보를 둘러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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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걸그룹'으로 시작돼 대중들에게도 그렇게 각인돼 있는 만큼, 뉴진스에게서 민희진의 모든 것을 떨쳐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업계의 중론이기도 하다. 더욱이 민 전 대표와의 법적 분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스란히 떠안은 하이브가 주는 여전한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모회사인 하이브도 보이는 행보와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시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처지다. 현재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대표 아티스트 가운데 방탄소년단(BTS·빅히트 뮤직 소속)은 음주운전 혐의의 슈가를 두고 데뷔 이래 최초로 팬들 사이 거대한 분열이 일어났고, 엔하이픈(빌리프랩 소속)은 강행군으로 아티스트 혹사 문제가 불거져 국내외 팬덤 보이콧이 이어지고 있으며, 르세라핌(쏘스뮤직 소속)과 아일릿(빌리프랩 소속)은 앞선 하이브-민희진 분쟁에 휘말려 직간접적으로 입은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아티스트 팬덤의 반발은 물론, 대중들의 반감까지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입장상 결단에 좀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2025년까지 하이브의 성장 모멘텀(동력)을 방탄소년단 완전체 컴백과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음악 외 다양한 사업의 수익 발생에 두고 있는데 방탄소년단은 치명적인 '슈가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IP사업의 경우는 타 엔터사들도 그렇듯 아직 도전 단계에 머물러 있어 성장 전망이 그리 밝지 만은 않다. 이런 가운데 향후 미래 가치가 여전히 풍부하게 점쳐지는 뉴진스를 '실패한 실험대'에 올리는 무모한 결단을 내리는 것은 하이브에게도 소득 없는 모험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탈(脫) 민희진'과 '구체제 유지'의 기로에 놓인 어도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하이브의 성장세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는 4일 1445명의 서명을 모은 공개서한을 김주영 어도어 신임대표와 이경준·이도경 어도어 사내이사, 김학자 어도어 사외이사, 이재상 하이브 신임 CEO(최고경영자)에게 보냈다. 해당 서한에서 버니즈는 "어도어 설립과 뉴진스 데뷔 직후부터 민희진 전 대표 하에 구축된 뉴진스의 성장과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어도어의 인력과 체계가 변경·훼손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며 △뉴진스 관련 사항은 멤버들의 의견 최우선 반영 △주주 간 계약에 따라 2026년 11월까지 민희진 임기 보장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명예훼손·모욕·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을 요구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