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나라를 뒤흔든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여부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고, 대통령 자신이 중심에 선 주요 갈등과 논란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채 상병 특검’ 도입에 대해 “지금 수사가 잘되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지휘 책임을 묻지 않은 경찰 수사는 “수사 결과에 대해서 특별한 이의를 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각종 정황은 윤 대통령을 외압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직후 윤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과 국방비서관, 국방부 차관과 모두 7차례 통화했다. 이날 박정훈 대령은 보직 해임되고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됐으며 사건 기록은 회수됐다. 윤 대통령의 개입 의혹이 뚜렷해지는 마당에, “외압 실체가 없다”는 주장은 되레 수사 가이드라인처럼 비친다.
윤 대통령은 검찰이 무혐의로 종결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엔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이 경호처 건물로 찾아가 휴대전화까지 제출한 채 조사를 진행한 ‘황제조사’ 논란에 대해선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방식이나 장소가 정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마저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사안이다. 김 여사가 현 정권의 성역이라는 것을 대통령이 확인해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정국 타개를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양자 회담에 대해서도 여야 간 소통과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회 파행의 핵심 원인이 입법권을 무시한 무분별한 거부권 행사에 있다는 점은 외면하고 있다.
이날 2시간 넘게 진행된 브리핑과 기자회견은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보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 자리였다.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심판한 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 기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대통령의 ‘마이웨이’는 더 큰 분노만 부른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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