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광복회 깎아내리기’ 가세
국민의힘 시·도지사들이 이종찬 광복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광복절 행사가 초유의 ‘반쪽 행사’로 치러진 가운데 대통령실에 이어 시·도지사들까지 나서 광복회장 깎아내리기에 가담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 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는 16일 성명을 내 “이념과 정파 구분 없이 온 국민이 함께 광복의 기쁨을 나눠야 할 광복절 경축 행사를 갈등과 분열의 장으로 전락시킨 이종찬 광복회장과 야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실무근의 마타도어로 국민적 갈등을 부추기며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이종찬 광복회장은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15일 이종찬 광복회장은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여하는 대신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광복회 등 37개 단체가 모인 독립운동단체연합,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가 꾸린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이 별도로 연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는 ‘뉴라이트’라는 비판을 받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이 광복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 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광복회 쪽은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 시·도지사들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협의회 소속 김진태 강원지사는 광복절 경축 행사에서 “1948년 건국을 부인하는 것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자학적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며 ‘건국절 논란’을 촉발했다. 이 때문에 광복회원들이 행사장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당시 광복회는 입장을 내 “1948년 이승만의 건국절 주장은 선열들의 피로 쓴 독립운동의 역사를 혀로 덮는 일”이라며 “목숨을 내놓고 나라를 되찾아온 독립유공자 후손의 위치에서 공식적인 행사에서 그런 말을 듣고 있는 것이 비정상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시·도지사 협의회는 지난달 25일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 시도지사가 함께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유정복 인천시장 제안으로 설립됐다. 회장을 맡은 유 시장을 포함해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박완수 경남지사가 소속됐다. 그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협의회는 있었지만,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만 가입하는 협의회는 이번에 처음 생겼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https://v.daum.net/v/20240816162008165
분열은 저쪽이 일으켰는데 사퇴라니, 기가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