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고
양심선언 하자면 초중고대까지 남녀 문제 모르고 살았음
솔직히 말하면 관심 없었다가 맞음..
왜냐? 그만큼 난 불편한걸 모르고 살았으니까
내가 눈이 떠진 계기는 회사 다니면서임
직원 A(남자)와 B(여자)가 있었는데 둘이 같은 대학 같은과 동기이고 동시에 우리 회사에 들어옴(지인 추천)
근데 누가봐도 B가 일을 잘했음. 특히 성과를 A보다 몇 배는 냈음... 뭐 어차피 같은 노비 입장에서 남의 성과야.. 그렇다 치는데 역량을 떠나 A가 너무너무 빌런이었음. 일도 못해, 불평불만 많아, 아부만해, 회사 분위기 씹창만 냈음. 근데 주요 프로젝트가 자꾸 A에게 감. 당연히 B가 화가 날 수 밖에 없었고 항의를 했는데 별다른 변화 없었음...
그래서 나도 참다참다 팀장한테 가서 얘기했음 이해가 안간다. 왜 저 사람한테 자꾸 기회를 주냐? 저 사람 때문에 회사다니기 힘들다.
근데 그때 팀장이 나를 흡연장으로 데려가서 한 얘기가 충격이었음(난 담배 안핌)
"야 너는 남자새끼가.. A는 나이가 있잖아.. 임마 A 다음은 너 챙겨주지 형이.. 너도 이제 남자가 매니징도 하고 해봐야지"
이게 무슨 얘기지? 싶었음. 일단 나는 팀장을 '형'으로 생각한 적도 없지만, 왜? 나이야 A 지가 대학 늦게 간건데 무슨 상관? 그리고 여기서 남자가 왜 나와?
그때는 별 대답도 못하고 그렇게 지나감
결국 그 다음해에 A가 승진함. 프로젝트 하나 맡아서 리더도 함... 능력은 여전히 없었음. 결과도 못냈음... 근데 그 뒤로 정말 팀장이 나를 자꾸 불러내서 매니징 매니징 리더 리더 이런 소리를 함. 나는 그런 성격이 못 됨. 난 유능한 플레이어가 되고 싶지 매니징 역량이 안된다. 사람들 잘 이끌고 하는건 B가 잘한다. 라고 했음. (왜그랬냐면 진짜로 난 플레이어로서 성과가 더 잘나고 매니징 할 성향이 안됐음.. 자세히 얘기하면 특정될거 같아서 말 못하겠는데 우리 업계가 약간 이렇게 나뉨.. 플레이어/매니징 역량으로)
근데 그 팀장이 B는 여자잖아.. 이랬음. 그냥 그 한마디...
그리고 알게됐지 아 내가 남자라는 이유 하나로 자연스럽게 얻는 이득이 있었구나. 그리고 이건 두번째 회사였던 그 회사 뿐만 아니라 이직 갔던 회사에서도, 그 다음 회사에서도 똑같이 느꼈음. 30대 되고 나니 결혼하는 여자 직원들은 정말 경력단절이 되더라. 그리고 주요 업무나 리더역할은 남자인 나에게 쉽게 넘어왔고
그냥 그게 현실이고 나는 이런 현실을 느끼면서 최소한 내가 동등하고 정당하게 이 자리를 얻었구나 라고 생각하진 말자고 생각하게 됨. 이것도 비겁하다면 비겁한거 맞음.. 뭔가 목소리를 내보거나 하는 용기를 내본 적도 없고.... 이기적이게도 여동생한테는 절대 결혼하지 마라, 애 낳지 마라 이런 얘기 하게 되더라.. 작년 말에 오랜만에 B를 만나서 사과했음 그 때 별다른 소리를 못해서 미안하다고.. 아마 나도 회사에 잘 보이고 싶고 승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거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