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PC통신에서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겨우 17세였던 시기에 한창 글을 자극적으로 쓰면서 나름 유명세를 얻었고, 조회수도 잘 나오는 편이라 덕분에 잡지사 같은 곳에서 연락도 꽤 받았다. 그렇게 소소한 돈벌이를 하던 와중에 은퇴를 하고 떠난 서태지가 복귀하면서 차린 서태지컴퍼니 측에서 제의가 들어와 일을 시작했다. 그때가 20살 즈음이었으니 당연히 회사에서 막내였는데 내가 민심을 잘 읽는다 생각했는지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모니터링 업무를 하면서 기획을 도왔다.
그 후에는 가요계에서 전설적이라 할 수 있는 박근태 프로듀서와 함께하게 되었다. 그분이 개인으로 활동하면서 A&R의 존재를 필요로 했던 시기에 같이 일을 하며 기획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방향 설정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 요즘 이러이러한 음악이 유행이니까 그쪽으로 가면 어떻겠냐 하는 느낌이었다. 이효리의 '애니모션' 시리즈나 아이비, 브라운 아이드 소울, 신화, 조PD의 '친구여' 등이 그 당시 작업물이다.
회사에 소속된 것은 JYP 엔터테인먼트가 시작이었다. 'Tell me' 시기 원더걸스를 처음으로 전담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A&R로서의 시각이 바뀌게 되었다. 뮤직비디오 자체의 내용보다는 멤버들이 어떻게 해야 더 멋지게 보일지를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더군다나 박진영 PD도 음악을 만들 때 안무를 같이 떠올리는 분이라 새로운 접근방식을 만나게 되었다. 노래 자체도 좋았지만 사실 'Tell me'가 흥행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은 안무였으니까. 음악과 시각이 따로 존재하여 합쳐지는 게 아니라 처음 스케치할 때부터 총체적으로 구상하는 방식을 그때 처음 배웠다. 그렇게 JYP에서 투피엠을 거쳐 미쓰에이의 'Good-bye baby'까지 관여했다.
이후 울림 엔터테인먼트로 갔다. 그곳에서 이사로 있으면서 당시 소속 팀이었던 인피니트와 넬을 담당했고 러블리즈는 데뷔부터 'Ah-choo'까지 제작했다. 다음으로는 이달의 소녀 프로젝트를 맡은 시기 < 언프리티 랩스타 2 > 출연 이후 솔로 활동을 시작하는 헤이즈를 만나 콘셉트와 방향을 아티스트와 함께 정리했다. '비도 오고 그래서'가 1위를 휩쓸던 그 시기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커리어가 굉장히 길다. 음악 업계에 발을 들인 계기부터 시작해 A&R로서 보낸 중요한 순간을 짚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