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정육면체 비행물체를 피해 폐건물로 도망치는 남자와 여자는 그 곳에서 캠코더를 발견한다.
캠코더의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모든 것이 '정상적'이다.
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심지어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을 골려 줄 수도 있다.
말을 못하는 여자와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남자의 결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유토피아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꿈도 잠시 뿐, 곧 정육면체는 그들을 발견한다. 물체를 피해 도망치는 남자와 여자.
부서진 건물 틈으로 보이는 바깥 세상은 처참하게 무너져 있다.
막다른 길에서 최후의 저항을 해보는 둘, 이내 죽음을 받아들인다. 여자는 남자의 보이는 한쪽 눈을 자신의 손으로 가린다.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기 때문에..
허공으로 소멸한 두 사람,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만 산처럼 쌓여있는 옷더미 위에 내려 앉는다.
폭력, 차별, 편견, 증오로 무너져 내리는 세상에서 온전한 것은 오로지 '사랑' 뿐이다.
캠코더의 뷰파인더는 그런 편견을 벗겨낸 시선이자, 바램이다.
비록 여전히 그들 주변의 사람들은 검은 복면을 쓰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사랑 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잔혹하다. 당신이 사랑을 할 수 있는 '지금'도 누군가의 사랑이 산처럼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비록 허울 뿐이더라도, 사랑은 남아 옷더미 처럼 무게를 만든다.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 그것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