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혼을 통해 명문을 유지하려던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가문은 바로 그러한 정략 때문에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명문 가문의 유전자가 세월과 함께 병들기 시작했고 후손들은 이를 감내해야만 했다.
기록에 따르면 근친혼으로 명맥을 이은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태어난 자식들은 병약해서 빨리 죽었고 유아 사망률도 매우 높았다.
당시만 해도 각종 질병과 영양실조에 노출돼 있는 보통 스페인 어린이들 가운데 20%가 10세 전 사망한 데 비해, 합스부르크가 어린이들은 좋은 환경 속에서도 절반 가량이 10세를 넘기지 못했다.
결국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200년 만에 카를로스(Charles) 2세의 죽음과 함께 맥이 끊겼다. 이후 피 비린내 나는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이 일어났고, 결국 브르봉 왕가로 바통이 넘어갔다는 이야기는 이미 설명한 내용이다.
특히 근친혼은 스페인에서 더 심했다. 다시 말해서 친척도 먼 친척이 아니라 너무나 가까운 친척이었다. 마지막 왕 카를로스 2세의 아버지는 펠리페 4세, 어머니는 마리아나로 사실상 삼촌과 조카 사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근친혼으로 인한 왕가의 병색(病色)이 바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누적된 결과가 폭발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카를로스 2세는 병이 잦았고, 지체장애에다 정신까지 박약했다. 더구나 큰 문제는 자녀를 갖지 못했다.
카를로스 2세는 신체 및 정신 장애, 그리고 곱사등이
카를로스 2세는 또 키가 아주 왜소한 데다 몸에 비해 머리가 기형일 정도로 컸다. 뿐만이 아니다. 가슴이나 등뼈가 굽어 곱사등이가 되는 구루병을 앓고 있었다. 이 밖에도 각종 내장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혈뇨(血尿)로 고생했다.
희귀하면서도 고치기 힘든 질병은 그가 다 타고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오스트리아여, 전쟁은 남이 하도록 하라, 대신 결혼을 하라!”라는 모토를 내세워 근친혼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왕조가 된 합스부르크 가문의 최대 업보가 바로 카를로스 2세에서 나타났다.
그에게는 두 명의 아내가 있었다. 아이를 낳지 못하자 스페인 왕실은 왕손(王孫)을 낳지 못하는 왕비들을 질책했다. 그리고 다른 아내를 두려는 생각도 품었다. 남부 유럽의 대제국 스페인이 왕손이 끊어지는데 못할 것이 전혀 없었다.
두 명의 아내는 “왕이 발기부전상태였고 어쩌다 남자 구실을 할 것 같을 때는 조루증 때문에 합할 수 없어 전혀 생산능력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렇다 할 방법이 전혀 없는 가운데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는 서서히 몰락의 길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서 있을 수 있는 기력조차 없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의 콘잘로 알바레즈 교수팀은 “합스부르크의 마지막 왕인 카를로스 2세는 뇌하수체 호르몬 결핍과 원위세뇨관 산증이라는 유전질환이 혼합된 희귀한 질환을 앓는 상태였고, 그가 앓았던 대부분의 질병은 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알바레즈 교수는 “이러한 유전적 배경이 카를로스 2세의 발기부전과 불임을 비롯해 그가 앓았던 여러 가지 희귀한 유전질병들을 설명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결국 합스부르크 왕가의 몰락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직계사촌과 같은 가까운 친척들끼리의 가끔 있는 결혼은 그렇게 해롭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반복하는 근친혼은 유전적 결함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1516년에서 1700년 사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강력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이 성행했다. 알바레즈 교수와 동료 학자들은 약 200년간 11차례의 결혼 가운데 9쌍이 사촌지간 혹은 삼촌과 조카 사이에 이루어진 데 주목했다. 16세대에 걸쳐 스페인 합스부르크가 사람 3천명과 함께 이 시기의 스페인 국왕 6명의 결혼 11건을 조사했다.
“30세에 늙은이처럼 보이는 조로증세까지 나타나”
카를로스 2세의 3천명에 달하는 혈족을 조사한 결과 20%가 동질적인 유전적 형질이었다. 이는 그들이 희귀한 유전적 질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DNA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누적된 유전적 결함으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왕인 카를로스 2세는 신체적 장애와 정신지체가 있었고, 발기부전으로 두 번의 결혼에도 아이를 갖지 못해 1700년 사망한 뒤 왕가의 맥이 끊긴 것이다.
연구팀은 “카를로스 2세는 머리가 컸으며 젖을 빨지 못해 모유 수유가 어려운 아기로 당시 기록에 묘사되어 있었고 8살 때까지 걷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키가 작고 야윈 왕은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부족한 무의지증(또는 의지 결핍증)으로 묘사되기도 했고, 선천적인 갑상선 이상으로 위장장애가 잦았으며 신진대사 문제를 일으키는 신장질환도 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생각과 행동이 이상해 별명이 ’마법에 걸린 사람’
이상한 증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커서도 걷는 것이 힘들어 자주 의지하거나 부축을 받아야 했으며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의자에 기대야 할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조로증세(早老症勢)라고 할 수는 없지만 30세가 됐을 때는 마치 늙은이 같은 모습이었다.
발뿐만 아니라 다리, 복부, 그리고 얼굴에 부종(浮腫)이 생겨 손가락으로 누르면 깊게 들어갈 정도였다. 또한 마지막 쓰러져 죽는 순간까지도 설 수가 없을 정도로 기력이 약했고 환각증세와 몸을 떠는 경련증세를 앓고 있었다”
카를로스 2세는 ‘엘 헤치자도(El Hechizado)’라는 별명을 얻고 있었다. 영어로 ‘The Hexed’라는 이 말은 ‘마법에 걸린 사람’이라는 뜻이다. 마법에 걸리면 횡설수설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신체적 움직임도 정상적이지 못하다. 사람들은 그가 악령에 걸려 있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대표적인 유전질환이 있다. 합스부르크 턱(Hapsburg jaw)으로 알려진 주걱턱과 합스부르크 입술(Hapsburg lip)로 알려진 돌악(突顎, prognathism)이라는 것이다.
턱이 길고 아랫니가 윗니를 덮는 주걱턱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며 요즘 수술이나 교정을 통해 고치는 경우가 많다.
돌악은 위와 아래 턱뼈가 얼굴 앞으로 튀어나온 턱 모양을 말한다. 원숭이 같은 동물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람은 진화과정에서 점점 들어갔다고 한다. 사실 주걱턱과 돌악은 같이 일어난다. 아래턱이 너무 발달해서 입술이 커지기 때문이다.
무려 600년이 넘게 세계를 지배한 유럽 최고의 가문 합스부르크 가문. 선조들은 근친혼이라는 정략결혼으로 유럽을 지배했지만, 그들의 마지막 후손들은 선조들의 업보를 고스란히 받아야만 했다.
지체장애, 정신장애로 시달렸으며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죽은 카를로스 2세가 그렇다. 그의 얼굴과 몸은 인간이 아니었다. 사고와 신체적인 능력도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으로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왕조는 끝났다. 근친혼이 나쁘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생각이다
기록에 따르면 근친혼으로 명맥을 이은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태어난 자식들은 병약해서 빨리 죽었고 유아 사망률도 매우 높았다.
당시만 해도 각종 질병과 영양실조에 노출돼 있는 보통 스페인 어린이들 가운데 20%가 10세 전 사망한 데 비해, 합스부르크가 어린이들은 좋은 환경 속에서도 절반 가량이 10세를 넘기지 못했다.
결국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200년 만에 카를로스(Charles) 2세의 죽음과 함께 맥이 끊겼다. 이후 피 비린내 나는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이 일어났고, 결국 브르봉 왕가로 바통이 넘어갔다는 이야기는 이미 설명한 내용이다.
특히 근친혼은 스페인에서 더 심했다. 다시 말해서 친척도 먼 친척이 아니라 너무나 가까운 친척이었다. 마지막 왕 카를로스 2세의 아버지는 펠리페 4세, 어머니는 마리아나로 사실상 삼촌과 조카 사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근친혼으로 인한 왕가의 병색(病色)이 바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누적된 결과가 폭발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카를로스 2세는 병이 잦았고, 지체장애에다 정신까지 박약했다. 더구나 큰 문제는 자녀를 갖지 못했다.
카를로스 2세는 신체 및 정신 장애, 그리고 곱사등이
카를로스 2세는 또 키가 아주 왜소한 데다 몸에 비해 머리가 기형일 정도로 컸다. 뿐만이 아니다. 가슴이나 등뼈가 굽어 곱사등이가 되는 구루병을 앓고 있었다. 이 밖에도 각종 내장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혈뇨(血尿)로 고생했다.
희귀하면서도 고치기 힘든 질병은 그가 다 타고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오스트리아여, 전쟁은 남이 하도록 하라, 대신 결혼을 하라!”라는 모토를 내세워 근친혼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왕조가 된 합스부르크 가문의 최대 업보가 바로 카를로스 2세에서 나타났다.
그에게는 두 명의 아내가 있었다. 아이를 낳지 못하자 스페인 왕실은 왕손(王孫)을 낳지 못하는 왕비들을 질책했다. 그리고 다른 아내를 두려는 생각도 품었다. 남부 유럽의 대제국 스페인이 왕손이 끊어지는데 못할 것이 전혀 없었다.
두 명의 아내는 “왕이 발기부전상태였고 어쩌다 남자 구실을 할 것 같을 때는 조루증 때문에 합할 수 없어 전혀 생산능력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렇다 할 방법이 전혀 없는 가운데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는 서서히 몰락의 길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서 있을 수 있는 기력조차 없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의 콘잘로 알바레즈 교수팀은 “합스부르크의 마지막 왕인 카를로스 2세는 뇌하수체 호르몬 결핍과 원위세뇨관 산증이라는 유전질환이 혼합된 희귀한 질환을 앓는 상태였고, 그가 앓았던 대부분의 질병은 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알바레즈 교수는 “이러한 유전적 배경이 카를로스 2세의 발기부전과 불임을 비롯해 그가 앓았던 여러 가지 희귀한 유전질병들을 설명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결국 합스부르크 왕가의 몰락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직계사촌과 같은 가까운 친척들끼리의 가끔 있는 결혼은 그렇게 해롭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반복하는 근친혼은 유전적 결함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1516년에서 1700년 사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강력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이 성행했다. 알바레즈 교수와 동료 학자들은 약 200년간 11차례의 결혼 가운데 9쌍이 사촌지간 혹은 삼촌과 조카 사이에 이루어진 데 주목했다. 16세대에 걸쳐 스페인 합스부르크가 사람 3천명과 함께 이 시기의 스페인 국왕 6명의 결혼 11건을 조사했다.
“30세에 늙은이처럼 보이는 조로증세까지 나타나”
카를로스 2세의 3천명에 달하는 혈족을 조사한 결과 20%가 동질적인 유전적 형질이었다. 이는 그들이 희귀한 유전적 질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DNA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누적된 유전적 결함으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왕인 카를로스 2세는 신체적 장애와 정신지체가 있었고, 발기부전으로 두 번의 결혼에도 아이를 갖지 못해 1700년 사망한 뒤 왕가의 맥이 끊긴 것이다.
연구팀은 “카를로스 2세는 머리가 컸으며 젖을 빨지 못해 모유 수유가 어려운 아기로 당시 기록에 묘사되어 있었고 8살 때까지 걷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키가 작고 야윈 왕은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부족한 무의지증(또는 의지 결핍증)으로 묘사되기도 했고, 선천적인 갑상선 이상으로 위장장애가 잦았으며 신진대사 문제를 일으키는 신장질환도 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생각과 행동이 이상해 별명이 ’마법에 걸린 사람’
이상한 증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커서도 걷는 것이 힘들어 자주 의지하거나 부축을 받아야 했으며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의자에 기대야 할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조로증세(早老症勢)라고 할 수는 없지만 30세가 됐을 때는 마치 늙은이 같은 모습이었다.
발뿐만 아니라 다리, 복부, 그리고 얼굴에 부종(浮腫)이 생겨 손가락으로 누르면 깊게 들어갈 정도였다. 또한 마지막 쓰러져 죽는 순간까지도 설 수가 없을 정도로 기력이 약했고 환각증세와 몸을 떠는 경련증세를 앓고 있었다”
카를로스 2세는 ‘엘 헤치자도(El Hechizado)’라는 별명을 얻고 있었다. 영어로 ‘The Hexed’라는 이 말은 ‘마법에 걸린 사람’이라는 뜻이다. 마법에 걸리면 횡설수설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신체적 움직임도 정상적이지 못하다. 사람들은 그가 악령에 걸려 있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대표적인 유전질환이 있다. 합스부르크 턱(Hapsburg jaw)으로 알려진 주걱턱과 합스부르크 입술(Hapsburg lip)로 알려진 돌악(突顎, prognathism)이라는 것이다.
턱이 길고 아랫니가 윗니를 덮는 주걱턱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며 요즘 수술이나 교정을 통해 고치는 경우가 많다.
돌악은 위와 아래 턱뼈가 얼굴 앞으로 튀어나온 턱 모양을 말한다. 원숭이 같은 동물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람은 진화과정에서 점점 들어갔다고 한다. 사실 주걱턱과 돌악은 같이 일어난다. 아래턱이 너무 발달해서 입술이 커지기 때문이다.
무려 600년이 넘게 세계를 지배한 유럽 최고의 가문 합스부르크 가문. 선조들은 근친혼이라는 정략결혼으로 유럽을 지배했지만, 그들의 마지막 후손들은 선조들의 업보를 고스란히 받아야만 했다.
지체장애, 정신장애로 시달렸으며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죽은 카를로스 2세가 그렇다. 그의 얼굴과 몸은 인간이 아니었다. 사고와 신체적인 능력도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으로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왕조는 끝났다. 근친혼이 나쁘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