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촬영 콘티를 구상할 때, 편집자와 윤식 님에게서 가장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 가장 사람을 끌어당기는 게 뭘까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반쯤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게 있다. 그에게서는 가끔, 요즘 다들 좋아해서 말하는 ‘느린 에너지’ 같은 게 느껴진다고.
조용하고, 느긋하고,
마치 늘 주변보다 시간이 조금 천천히 흐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촬영 구성을 짤 때도 자연스럽게 그를 충분히 사적인 공간 안에 놓아보고 싶었다. 어쩌면 배우가 가장 프리이빗한 순간, 혼자 있을 때 자기 자신과 가장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그에 대해 더 찾아보게 됐고, 그제야 ‘시간’이라는 주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이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식 님은 이미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왔다.
그 이름 없이, 별다른 주목 없이 흘러갔던 시간 속에 남겨진 영상들이 오늘에 와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발견되고, 다시 재생되고 있다.
한 사람의 과거에 있었던 평범한 하루,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짧은 영상,
어떤 아주 잠깐의 표정이
‘지금의 그’ 때문에 새롭게 의미를 얻게 되는 것.
나는 그게 참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어쩌면 기억이라는 것에 지독할 만큼 매혹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미리 알 수 없다. 그 순간이 기억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도 어쩌면 늘 관객의 욕망과 상상이 투영되는 일이 아닐까.
우리는 스크린 너머로 한 사람을 알게 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의 이미지들을 이어 붙이며 각자가 믿는 ‘그 사람’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번에는 굳이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하나의 방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실제로 있었던 것 같지만, 정말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몇 가지 흔적을 남겼다.
촬영하던 날, 윤식 님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웃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결국 처음 콘티에는 없었던 웃음과 멈춤의 순간들도 많이 남게 됐다.
지금 다시 돌아보니,
오히려 그렇게 무심코 흘러나온 것들,
애초에 설계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어쩌면 시간은 정말 많은 것을 바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영상이라는 건 참 이상하다.
이미 지나가버린 어떤 순간을
다시 ‘현재’로 만들어버릴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배우 김윤식 님에게,
앞으로도 좋은 역할과 좋은 만남이 많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할 만한 순간들이
카메라에 남고,
또 시간에게 발견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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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