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민) 씨네21 인터뷰 l 거친 사포 같은 매혹 <파반느> 배우 문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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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웃고 금방이라도 울 듯한 무구한 눈망울을 지닌 배우, 문상민을 보면 아련한 첫사랑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방황하는 청춘의 사랑을 담은 영화 <파반느>에서 소년 경록이 그를 만난 건 운명이었으리라. 순하고 맑은 얼굴 뒤 사포 같은 고독을 품었노라 고백하는 문상민을 말이다. 드라마 <은애하는 도적님아>와 <파반느>로 시청자와 관객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는 중인 문상민을 만나 사랑과 고독, 2000년생이라는 나이와 현재의 기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파반느>는 풋풋한 청춘의 사랑과 방황을 멜랑콜리하게 그려낸 이야기다. 진짜 그때의 감정에 푹 잠긴 것 같은 얼굴을 보여줬다.
대본을 받았을 때 경록이 내가 당시 느끼던 스스로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경록은 무용수가 꿈이지만 현실에서는 주차 요원인 친구로, 일은 열심히 하지만 어딘가 공허해 보이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그 무렵의 나도 일을 마치고 혼자 집에 돌아오면 어쩐지 마음이 허한 시기였다. <파반느> 대본을 만나고 경록의 그런 모습에 당시의 내 모습을 잘 묻어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합류 과정은 어땠나.
내게 참 뜻깊은 작품인 게 먼저 제안을 받은 첫 작품이다. 첫 영화이기도 하고. 평소 드라마 위주로 활동했는데 영화 하는 분들이 내게 관심을 가져줬다는 게 일단 기뻤다. 이종필 감독님은 처음 만나자마자 내게 “경록 같다”고 하셨다. 순수한 모습이나 소년미보다도 내 안에 있는 고독을 알아봐주신 것 같다. 함께 작업해 보니 감독님은 배우를 외롭게 하지 않는 분이시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믿어주셨다.
- 문성민 안의 공허와 고독은 어떤 모습인가.
내향적인 성격은 아닌데 혼자 있을 때 종종 그런 고독에 빠지곤 한다. 17살 때 예고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며 일찍 독립해서 그런지 철이 좀 일찍 든 편이다. 그런 모습은 일상에서나 작품에서도 보여드린 적이 없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내게서 순수한 소년미를 보시고 솜 면봉처럼 보송하고 매끈한 느낌을 예상하시던데, 사실 깊숙한 안쪽에는 거친 사포 같은 면이 있다. (웃음)
- 이런 무구한 얼굴을 한 소년 안에 어떤 사포가 숨어 있다는 말인가?
<파반느>에서 내가 미정(고아성)을 찾으러 뛰어와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장면이 있다. 그 순간 너무 간절하면 내게도 저런 표정이 나오는구나 느꼈다. 한편 경록이 혼자 흥분하고 들떠서 “형, 사랑이 뭔 줄 알아? 사랑은 서로의 영혼의 빛을 밝혀주는 거야”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도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스스로 왜 이렇게 거칠고 정돈이 안돼 보이지 싶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게 진짜 내 모습이더라. 평소에는 보여드리지 않았던, 정제되지 않은 사포 같은 모습. 이번 영화에서 그걸 꺼내어 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겠다.
그런 달콤한 오해를 좀 했다. (웃음)
- 나이와 연차가 상당히 나는 여성배우들과 연상연하 멜로 호흡을 맞춰왔다.
연하남의 모습은 이번 작품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미정의 주변을 서성이고 감싸주는 경록은 귀여운 연하남 같은 존재는 아니다. 아성 누나가 연상이라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몰입했다. 타임라인 순대로 촬영해서 더 푹 빠져서 연기하기도 했다. 처음엔 아성 누나가 미정의 움츠러든 마음에 몰입하기 위해 촬영할 때 빼고는 거의 말이 없었고 현장에 오래 머무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낯선 소녀를 관찰하는 소년의 마음이 더 잘 살아났던 것 같다. 작품에서 미정과 경록이 가까워지면서 아성 누나와도 점차 친해져서, 감정선이 작품에 더 잘 담겼다고 생각한다.
- <파반느>에서는 계속해서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말들이 나온다. 문상민에게 사랑이란 뭔가.
물음표. 유일하게 이 질문만큼은 아직 모르겠다. (웃음)

- 실제로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해도 본인은 누군가가 좋아 보인 적 있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덕을 발견한 적이 있다면 어떤 순간이었을지.
갑자기 떠오르는 누나가 한분 있다. 방송 일을 오래 한 연출부 스태프였는데 호랑이 같은 현장 군기 반장이었다.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었겠지만, 어느 날 문득 그 누나가 없었더라면 현장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종방연 때 그 누나에게 따로 목도리를 선물 했다. 악역을 자처하면서까지 그렇게 이끌어가준 분이 있었기에 작품이 원활하게, 아무 문제 없이 끝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다.
- 배우로서 스스로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점이 있나.
덩치. (웃음) 이번 영화를 보니 미정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느낌이 잘 보이더라. 영화 속에서 경록이 미정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 쫓아가는 모습이 꽤 많이 나오는데, 큰 키로 털레털레 뛰어가는 바보처럼 순수하고 투박한 청년의 모습이 웃겨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더라. 앞으론 신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액션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몸 쓰는 걸 좋아해서 복싱, 배드민턴, 수영 등 운동을 즐긴다.
- 투박한 콧대와 맑은 눈도 큰 장점이다.
나도 매끈하지 않은 내 코가 좋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느낌을 주고, 순박한 느낌도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김혜수 선배님이 좋은 눈과 코를 가지고 있다고, 영화에도 잘 어울리는 얼굴이라고 말씀해주시곤 했다. 그 말씀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 2000년생. 신인상도 받고, 공중파 주말드라마 주연부터 넷플릭스 영화 주연까지 한 계단 한 계단 차분히 밟고 올라가고 있다. 지금 스스로가 어떤 기점에 있다고 생각하나.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도 아니고, 그렇지만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기로에 선 시점이다. 매번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려고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그렇기에 좋은 작품이 왔을 때 항상 준비되어 있고 감당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 <은애하는 도적님아>가 종방됐다.
이 작품을 통해 어머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반듯해 보인다고 좋아해주신 것 같다. (웃음) 남지현 누나와 모습과 성별이 바뀌는 연기를 하면서 상대 배우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알게 된 것도 귀중한 경험이었다.
- 문상민은 무엇을 믿나.
나는 나를 잘 안다. 그렇기에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한다. 문상민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라는 것, 그 부분에 대한 믿음만큼은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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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