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개인적으로 책을, 특히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A. 이미 저로 태어났고, 어제도 과거였고, 오늘은 흘러가는 중이고, 미래는 오늘의 연장선이잖아요. 보여줘도, 안 보여줘도,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용기라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오히려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내면을 드러내는 행위가 나 자신이 한 발자국 나아가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거라고 믿었고요. 인생을 조금 더 진취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쓰면서 스스로 뿌듯했고요.(웃음)
Q. 책을 쓸 때 펜으로 직접 종이에 썼다고 들었어요. 사진도 휴대폰이 아닌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고요.
A, 맞아요. 직접 쓰고 찍었죠.
Q. 키보드로 타자를 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게 훨씬 편할 텐데도 그런 불편을 감수한 이유는 뭔가요?
A. 정성이 더해져요. 그게 가장 커요. 사실 제 기준에서, 사진은 휴대폰이 더 잘 나와요. 하지만 휴대폰은 사진만을 찍기 위한 물건은 아니죠.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용도로 만들어진 거고요. 정확히 ‘찍는다’는 포인트가 있고, 그 점이 좋아서 카메라를 선택했어요. 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다 쓴 글은 다시 키보드로 쳐서 컴퓨터에 옮겨야 해요. 번거로운 과정이죠. 그런데 뭔가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담아 쓰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더욱 뚜렷해져요. 가벼운 마음이 줄어들더라고요. 타자로 썼더라면 휘날리고 말았을 문장들이 마음에 하나하나 새겨지는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열심히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물론 단점도 있어요. 책을 준비하면서 골반도 틀어지고, 자세가 정말 안 좋아졌거든요. 아직도 약간 뻐근해요.
Q. 재현 씨가 보기에, ‘내가 썼지만 이건 정말 잘 썼다’ 하는 글귀가 있나요?
음… 지금 생각나는 거 하나만 말씀드리면, ‘중요한 한 단어’라는 제목의 에세이였어요. 살면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은 모두 한 글자더라고요. 꿈도 그렇고, 달, 해, 물, 물론 돈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중에 정작 ‘나’는 없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걸 다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그 중요한 한 단어들을 따라가면서 정작 ‘나’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지냈던 건 아닐까, 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글이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어요. 내가 있어야,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물이나 모든 필요한 것을 챙길 수 있는 거니까요.
안재현이 데뷔 후 첫 공백기에 책을 쓰기로 결심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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