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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현대가 광주FC를 꺾고 코리아컵에서 우승한 직후, 3층 기자석에서 지하 기자회견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였다. 다른 기자들이 대부분 계단을 택할 때 승강기 앞에서 잠시 기다렸더니 문이 열리고 포옛 감독이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우승 세리머니에 동참하러 내려가는 중이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려가는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포옛 감독은 우승으로 흥분한 상태였다. 축하한다는 말에 이어 "전북에 남을 거냐"고 물었다. 포옛 감독은 즉답을 피하며 "수백만 달러라면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말을 돌렸다.
하지만 이어진 말을 통해 떠날 생각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리그가 발전하려면 심판들부터 싹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는 말을 특유의 큰 목소리로 수 차례 반복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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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잔뜩 남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 관련 징계는 10경기 이상이 기준인데 타노스 코치는 오히려 그 절반인 5경기를 받았다. 프로연맹은 '정상참작'의 이유로 '과열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나왔다'는 점을 들었는데, 흥분해서 과하게 항의했다는 건 오히려 가중처벌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징계수위를 낮춰주려면 '인종차별 동작처럼 보이지만 하지 않았다'는 타노스 측의 입장을 받아들였어야 가장 자연스러웠는데, 그러지 않았다. 상대 입장을 받아주는 제스처를 피하려 한 것처럼 보인다. 예전부터 '상벌위의 징계 수위에 아무 기준이 없고 만만한 상대에게 크게 때린다'라고 불신해 온 축구계 전반의 인식을 더 강화하고 말았다.
상벌위 결정뿐 아니라, 어느 단계에서도 사태를 봉합하고 불신을 씻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중재와 화해를 시도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이 부분에서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가 가장 아쉬웠다. 심판협의회는 올해 첫 이사회를 갖고 이번 사건으로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조직이다. 타노스 코치 사건 당시 잽싸게 '국제축구연맹(FIFA) 제소'를 운운하는 등 으름장 위주로 대응했다. 노동조합과 같은 이익집단조차 많은 경우 공공의 이익을 기치로 걸고 움직이는 사회 통념에 비하면, 자정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다가 강경대응부터 시작하는 심판협의회의 태도는 과도한 제 식구 감싸기로 보기 충분했다. 심판들이 모르쇠와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건 올해 내내 이어진 현상이다. 올해 최대 오심 중 하나인 전남드래곤즈 경기 오프사이드 판독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기술적인 결함'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타노스 논란 당사자 김우성 심판은 판정과 관련된 인터뷰가 금지됐다는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KBS와 '승리 선언' 인터뷰를 가져 논란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