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를 구축했던 울산이 불과 1년 만에 이처럼 추락한 본질적 원인은 명확하다. 구단이 리빌딩 방향을 확립하지 않은 채 감독만 교체했고, 선임 후에도 권한을 집중시키지 않아 컨트롤 타워가 무너졌다. 우승 후 노장 정리 없이 스쿼드를 유지하다 보니 고참 선수들이 감독을 건너뛰고 구단 고위층과 직접 소통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굳어졌고, K리그 네트워크가 부족한 김판곤·신태용 감독은 선수단 제어에 실패했다.
울산이 2022~2024년 3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홍명보 감독의 확고한 권위가 있었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지도자로 K리그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명성을 쌓았다. 그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지내며 행정가의 면모까지 갖췄다.
그런 홍 감독은 2024시즌을 앞두고 이청용을 전력 외 자원으로 통보했다. 김광국 전 대표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감독은 이청용 선수를 통해 선수단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수단의 반발이나 하극상 같은 문제는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았다. 홍 감독의 권위 앞에서 어떤 불만도 조직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없었다.
이후 김판곤과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각각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대표팀에서 성과를 냈지만 K리그 네트워크가 부족했고, 홍 감독 시절 확립된 권위를 이어받지 못했다. 노장 선수들이 구단과 직접 소통하는 비정상적 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
울산의 선택지는 명확하다. 우선 구단이 세대교체를 목표로 삼았다면 세부적으로 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김대길 본지 해설위원은 “K리그 네트워크가 강하고 선수단을 장악할 네임밸류를 갖춘 감독을 우선 선임해야 한다”면서 “그에게 선수 영입과 방출부터 훈련까지 모든 권한을 집중시켜야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구단의 역할과 감독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구단은 장기적 정체성을 세우고 선수 영입 정책을 수립한 뒤 감독과 협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선수들의 의견은 감독을 통해 구단으로 전달되고, 구단은 이를 반영하는 정상적 소통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감독을 건너뛰고 선수들이 직접 구단과 소통하는 비정상적 구조를 방치하면, 같은 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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