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경기를 하지 못했던 양팀 감독의 마음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경기 뒤 정 감독은 "환경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환경적'인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잘 아시지 않느냐"라며 "우리 팀이 원하는 게임 모델 중 하나가 후방 빌드업이었다. 하지만, 환경 문제로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밟기만 하면 덩어리째로 파이는 잔디를 의미한 것이었다.
홈으로 경기장을 활용하는 김 감독은 더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라운드 때부터 나왔던 문제다. 서울은 물론 다른 경기장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추워 잔디가 언 상태에서 부상을 당할 수 있는 무리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라며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잔디가 뿌리 내리지 않았다 보니 땅이 계속 파인다. 린가드 같은 경우 혼자 뛰다가 잔디가 밀려 발목을 접질리기도 했다. (축구 행정) 위에 계신 분들이 더욱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을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뛰는 선수도 마찬가지, 스트라이커 조영욱은 "비시즌에 동계 훈련할 때도 그렇고 시즌 시작 후 훈련에서도 빌드업을 토대로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패스 한 번 주는 것에 대해 선수들이 컨트롤하면서 볼이 튀는 것을 봐야 한다. 잘되지 않으니, 속도가 나지 않고 그런 부분에 영향이 조금 있는 것 같다"라며 경기력에 잔디라 분명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잔디 관리 인력 확충은 공단의 몫이다. 시설도 마찬가지다. 추춘제를 구상하는 K리그도 결국은 잔디가 살아야 시행 희망을 볼 수 있다.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과연 (잔디에 투자할) 돈만 있으면 해결이 가능한가"라며 여러 주체가 더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구단들이 추춘제를 강력하게 원한다면 (경기장을 관리하는) 지자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나. 강력하게 협조 좀 해달라고 했으면 좋겠다. 만약 (채광기, 열선 등 시설 구축) 예산이 문제라면 프로연맹도 적극 개입할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을' 서울 프런트의 자조는 몇 년 전에도,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잔디 관련) 기사가 나와도 (관리 공단 등이) 꿈쩍도 하지 않을걸요."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477/0000537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