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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서울) 감독님이 이야기 하는 선수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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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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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수 생활을 후회 없이 하셨잖아요. 베테랑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요. 올 시즌이 기성용에겐 힘든 한 해였을 듯한데요. 기성용과 따로 나눈 이야기가 있습니까.

(기)성용이는 알아서 잘하는 선수라서 크게 이야기한 건 없어요. 성용이에게 시즌 초에 “네가 주장이니 팀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는 얘기 정도 했죠. 성용이가 올 시즌 중반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성용이는 책임감이 큰 선수거든요. 팀에 도움을 주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니 힘들어하더라고요.

성용이에게 고마운 건 그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려고 했다는 거예요.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경기장으로 향할 때마다 성용이가 나와서 “잘 다녀오라”며 후배들을 격려해 주곤 했어요. 보통 재활 중인 선수들은 그렇게 안 하거든. 자기 몸 관리에만 신경 쓰지. 성용이는 항상 나와서 후배들을 격려했어요. 그런 게 팀에 큰 도움이 되는 거죠.


Q.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린가드가 주장 완장을 찼잖아요. ‘주장 린가드’는 어떤 선수였습니까.

어색함이 없었어요. 성용이가 빠지고 린가드가 주장 역할을 하는 게 대단히 자연스러웠습니다. 린가드는 (김)승대와 비슷한 스타일이에요. 질책보단 ‘잘한다’고 칭찬해 줘야 신이 나서 더 잘하는 선수죠. 린가드에게 단점을 지적하면 자존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칭찬을 최대한 많이 해주면서 책임을 쥐여준 거죠. 린가드에게 주장 완장을 채우면 더 잘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애초엔 부주장인 (조)영욱이에게 주장을 맡길까 고민했습니다. 영욱이에게 설명했죠. 린가드에게 ‘주장을 맡기면 좋을 것 같다’고. 영욱이가 흔쾌히 받아들여 주더라고요. 린가드가 주장 완장을 차더니 말도 많아지고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효과가 있었죠. 솔직히 시즌 초반엔 훈련장에서의 태도에서부터 제 성향에 맞진 않았어요.

Q. 린가드에게 따로 해준 얘기가 있었습니까.

불렀죠. 린가드에게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짜증 내지 마라. 훈련하다가 짜증 내면 너한테도 좋지 않다. 행동으로 보여줘라. 그러면 선수들이 알아서 따른다”고 했습니다. 주장 완장을 채운 뒤엔 “리더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포커페이스를 해야 한다. 선수들이 네 말을 따르길 바란다면, 훈련장에서부터 달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더라고요. 마지막엔 정말 좋아졌죠. 시즌 중 시술도 받았잖아요. 그것도 린가드는 안 하려고 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수술이나 시술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무섭다’는 거예요. 린가드에게 그랬죠. 린가드에게 “네가 지금 이렇게 쉬는 것보다 완벽하게 회복해서 뛰는 게 훨씬 좋을 것”이라고.

린가드가 시술받고 나서부터 확 달라졌어요. 기분이 항상 좋더라고(웃음). 돌아보면 린가드는 서울에 처음 합류했을 때부터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1월부터 어딘가 불편했어. 슈팅을 마음대로 시도하지 못하더라고. 통증이 있으니까 계속 신경 쓰면서 축구한 겁니다. 그게 사라지니까 경기력이 확 올라온 거지.

Q. 서울의 올 시즌을 돌아보면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을 것 같은 선수가 있습니다. 백종범인데요. 백종범에겐 따로 해준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백)종범이에겐 “괜찮다. 항상 자신 있게 하라”고 했어요. 종범이에게 “네가 이겨내야 한다. 강하게 마음먹어야 성장할 수 있다. 항상 응원해 줄게”란 말만 했습니다. 저는 사실 골키퍼들에겐 별말 안 합니다. 골키퍼 코치에게 전적으로 맡겨요. 골키퍼 코치에게 “골키퍼는 네 몫이다. 네가 다 컨트롤 하라”고 합니다.


Q.김기동 감독은 성과로 이야기하는 지도자입니다. 김기동 감독이 선수를 볼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건 무엇입니까.

태도요. 선수는 자기 기분에 따라서 태도가 바뀌면 안 됩니다. 선수들에게 늘 강조해요. 선수들에게 “네 기분에 따라서 태도가 바뀌면 절대 안 된다”고.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예요. 프로선수라면 얼굴에 기분이 드러나면 안 됩니다. 자기 기분을 얼굴에 다 드러내면 저와의 관계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어요. 제 앞에서만 그런다면 면담을 통해서 고쳐나가면 됩니다. 하지만, 팀 동료들이나 팬들 앞에서 그러는 건 용납할 수 없는 거죠.

윌리안이 한 예에요. 제가 올 시즌 윌리안에게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잘못된 부분을 고치려고 했죠. 올 시즌 후반기 윌리안 보셨죠. 전방 압박, 수비 가담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서울 지휘봉을 처음 잡았을 때 윌리안은 자기 기분에 따라서 태도가 바뀌는 대표적인 선수였어요. 윌리안은 자유를 중시하고, 자기주장이 상당히 강한 선수였습니다.


Q. 김기동 감독의 강점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겁니다. 포항 시절인 2020시즌엔 K리그1 최다득점(27경기 56득점)을 기록하면서 3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포항 공격을 책임진 일류첸코, 팔로세비치의 활약이 대단했죠. 2023시즌 포항 전방을 책임진 제카는 직전 시즌 대구에서보다 훨씬 더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올해는 잉글랜드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제시 린가드를 완벽하게 부활시켰습니다. 외국인 선수를 다루는 김기동 감독만의 비법도 있습니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것 같아요. 믿음이 강할수록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일류첸코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였어요. 저는 일류첸코를 경기에 안 내보냈습니다. 팔로세비치도 선발보단 교체로 썼습니다. 후반전 20분 내·외로 뛰게 했을 겁니다. 당시 그 선수들은 팀을 우선하지 않았거든요. 팀을 존중하지 않았어요. 내국인 선수들은 죽자 살자 뛰면서 수비하는 데 자기들은 안 하는 겁니다.

일류첸코, 팔로세비치에게 제가 원하는 걸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말했죠. “팀을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네 출전 시간도 바뀌지 않는다”고. 바뀌더라고요. 전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이고 압박, 수비 가담도 철저히 하는 겁니다. 얘기하다 보니까 하나 또 떠오르는 게 있네.Q.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류첸코가 교체로 20분 정도 뛴 경기였어요. 2골을 넣은 거예요. 일류첸코가 골을 넣고 내 앞으로 와서 세리머니를 하는거야. 나 보라고 하는 거잖아(웃음). 다음날 일류첸코를 제 방으로 불렀어요. 터놓고 얘기했습니다.

제가 일류첸코에게 “어제 경기에서 아주 좋았다. 네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선수라면 그 정도 성격은 있어야지. 그런데 일류첸코야, 여긴 한국이야. 그런 행동은 한국 정서와 맞지 않아. 네가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방으로 찾아와. 내가 다 들어줄게. 약속한다. 대신 또 한 번 그런 일이 있으면 나도 널 용서할 수 없어”라고 했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더 끈끈해졌던 것 같아요. 서로를 믿고 온 힘을 다하는 관계가 됐죠. 경기력, 결과 모두 좋았습니다.

Q. 올해 서울 유니폼을 입은 최 준을 인터뷰했을 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최 준이 올 시즌 개막전 광주 FC 원정 엔트리에서 빠졌잖습니까. 최 준이 “김기동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엔트리에서 빠질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왜 빠졌는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내 축구 인생에서 이런 감독님은 처음이었다. 내가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최) 준이가 그래요? 준이가 사회생활 좀 할 줄 아네(웃음). 제가 어린 나이에 프로 생활을 시작했잖아요. 저는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대신 열심히 하려고 했죠. 하지만, 성과가 나올 때까진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때의 경험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게 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선수 경험이 많잖아요. 중심에서 팀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베테랑 선수들의 고민도 누구보다 잘 알고요. 선수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아파하고 있는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랄까. 그래서 (기)성용이나 (임)상협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죠.

제가 41살까지 선수 생활을 했잖아요. 37살 때부터 41살 때까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세요? 하루하루 낭떠러지에서 동아줄 하나 잡은 느낌이었습니다. 제 의지가 조금이라도 약해지는 순간 저는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뭐라도 하려고 죽을힘을 다했습니다. 베테랑 선수들이 힘든 게 이런 거거든요.

베테랑 선수들은 1경기 못하면 편견에 따른 평가를 받아요. ‘저 선수는 나이가 많으니까 이제 안 된다’는 겁니다. 20대 선수들은 1경기 못하면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라든가 ‘경험 부족’이란 평가를 받잖아요. 저의 37살 때를 돌아보면 1경기만 못해도 ‘이제 끝’이란 얘길 들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베테랑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큰 도움이 되지 않나 싶어요.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410/000104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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