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 세 시간 전부터 안양 사무국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는 것도 있었지만 최대호 구단주가 경기장에 방문하기 때문이다. 사실 특별한 건 없다. 최대호 구단주는 특별한 시정 일정이 아니면 홈경기는 물론 가까운 원정 경기까지 모두 방문할 정도로 애정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안양 사무국이 분주했던 이유는 바로 최대호 구단주가 이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경기장에 일찍 방문했기 때문이다.
최대호 구단주는 FC안양이 승격하면 팀 특유의 보라색을 차용해 염색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실제로 안얀이 K리그2 우승과 함께 승격에 성공하자 최 구단주는 자신의 SNS에 "저도 여러분과의 특별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그 약속이 뭔지 궁금하죠"라며 염색을 암시하기도 했다. 부주장 김동진 역시 최근 승격 기자회견을 통해 "최대호 안양시장님을 따라 보라색으로 머리 염색을 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의 공약이 이날 실제로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FC안양 단장실에서 최대호 구단주는 주장 이창용의 세심한 손길 아래 머리에 보라색으로 염색을 했다. 실제 염색약이 아닌 염색 스프레이를 사용하기는 했으나 꽤 진한 색감이었다. 최대호 구단주는 "이게 진짜 '홍득발자' 아닌가"라며 웃은 뒤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까"라며 거울을 흘끗 보기도 했다. '홍득발자'는 안양을 상징하는 글자로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라는 뜻이다.
최대호 시장 이후에는 김동진도 보라색으로 염색을 했다. 김동진은 전날(8일) 팀 마지막 훈련에서도 보랏 빛깔의 머리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는 보라색으로 염색을 한 상태에서 실제 플레이를 하면 어떨지 실험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진은 최대호 구단주에게 직접 염색을 받은 뒤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잇따른 염색 열풍에 예정에 없던 선수들도 머리를 보랏 빛깔로 물들였다. 주장 이창용이 시작이었다. 이창용은 김동진이 염색을 하는 과정을 촬영하던 중 주변에서 "(이)창용이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물음에 웃으며 흔쾌히 염색을 받았다. 이창용의 염색도 최대호 구단주의 섬세한 손길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창용은 "워낙 시장님이 친근감 있게 잘해주셔서 염색할 때 떨리는 건 없었다"면서 "부상으로 재활을 할 때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차를 빼달라는 전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시장님이더라. 안부와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셨는데 그런 면에서 감동도 많이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여기에 주현우도 염색 열풍에 동참했다. 주현우는 "머리 윗부분만 염색을 해달라"라며 이창용에게 부탁했다. 염색 후 주현우는 "오늘(9일)이 리그 마지막 경기에 승격도 했지 않나. 즐겨보자는 마음에서 염색을 했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주현우는 만족스러운 듯 염색을 마친 뒤 스프레이를 들고 다시 선수단으로 갔다. 이미 안양은 경기 시작 전부터 축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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