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울산은 승리 이상으로 축하할 일이 생겼다. 바로 구단 역사상 최다 원정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날 6,787명의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원정석을 가득 채웠다. 2023년 이전의 기록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지만 현재로서는 구단이 인정한 역대 최다 관중이다.
지난 40여 년의 K리그 역사에서 울산은 항상 강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딱 하나 부족한 것은 인기였다. 1990년대 말 리그에 불어온 르네상스 시기에는 괜찮은 인기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관중 없는 구단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변화의 시작은 2010년대 말이었다. '배다른 형제' 전북현대가 리그를 사실상 정복하고 있을 때 김광국 대표이사가 팀에 부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울산은 팬들의 요구를 정확히 읽고 실천으로 옮기는 마케팅을 선보였다.
또한 김도훈 전 감독이 부임하면서 다시 리그 우승 경쟁을 펼쳤고 성적과 마케팅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K리그에서 보기 힘든 관중 상승 그래프가 나왔다. 화룡점정으로 2021년 홍명보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의 '준우승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다.
결국 2022년에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K리그 대세로 거듭났고 지난해에도 리그 내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2년 연속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관중이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울산이 다른 구단과 달랐던 것은 여성 관중과 어린 관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남녀노소가 모두 재밌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홈경기를 만들면서 울산광역시의 대표 콘텐츠로 거듭난 것이다.
이날 6,787명의 원정석 관중 수는 지난해 기록까지 합쳐도 K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경기 전부터 울산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행렬이 경기장 곳곳에 가득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어디를 가도 울산"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K리그의 흥행 규모는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깬 울산은 이제 다음 단계로 향한다. 내년에 열릴 FIFA 클럽 월드컵 진출에 성공하면서 모기업 HD현대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구단의 위상도 아시아 내에서 독보적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울산 구단 관계자는 "5만여 명이 찾는 경기는 드물어서 일부러 오늘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을 통해서 경기장에 왔다"면서 "더 많은 분이 울산HD를 응원하실 수 있게끔 매 순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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