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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포항) [포항 특집 ④] 송민규의 성공비결 "공격수라면 돌파해야죠. 백패스는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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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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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는 K리그에서 보기 드물게 야성을 지닌 선수다.

상대 수비가 앞을 막을 때 주저하는 법이 없다. 어떻게든 틈을 만들고 슛이나 크로스를 날린다. 그 결과 올해 K리그1에서 10골 6도움을 기록했고,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청소년 대표에 한 번도 뽑히지 못했던 선수가 K리그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지난 10월 비공식 소집이나마 연령별 대표에 처음 선발됐고, 11월에는 U23 대표팀의 이집트 원정 명단에 들며 공식 선발까지 이뤘다.

남다른 성장곡선은 남다른 자신감에서 나온다. 송민규 특유의 마음가짐이 성장과정과 플레이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다. 5일 K리그 대상 직후 만난 송민규는 여전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

- 영플레이어상은 수상했는데 베스트팀에서는 빠졌어요. 조금은 의외네요
영플레이어상 수상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베스트팀은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팔로세비치에게 밀렸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팀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팔로세비치가 더 잘했다고 인정해요.

- 어렸을 때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네요. 축구는 언제 시작했나요? 여러 전학을 거쳐서 충주험멜(현재 해체) 유소년팀인 신명중, 충주상고를 나온 건 알고 있는데요
7살 때 축구가 좋아서 시작했어요. 정식으로 시작한 건 논산에서 대전으로 전학한 2학년 때부터였어요. 재능이 좋았다기보다는 정말 힘든 반복훈련을 해 왔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팀 훈련에 모든 걸 쏟느라 개인운동은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경기를 하면 할수록 개인운동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K리그 유스리그에서 상대팀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때부터 저녁마다 운동장 돌고, 일대일 돌파 훈련을 했어요.

- 충주험멜이 해체된 뒤, 테스트를 통해 극적으로 포항에 입단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고등학교 때 바로 프로에 가는 것조차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제겐 너무 높은 벽이었거든요. 운 좋게 포항 테스트를 봤고, 운 좋게 감독님이 절 택해 주셨죠. 그때 테스트에 14명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포항 유스 출신도 있었고 대학생 형들도 있었어요. 서너 명이 뽑혔는데 그중 하나였죠.

- 입단테스트 기억은 어땠어요?
저는 그냥 '이런 것도 있네. 열심히 하지 뭐' 정도로 생각했어요. 포항 같은 큰 팀에 간다는 걸 상상하기도 힘들었고, 포항이라는 곳조차 원정경기를 빼면 처음 갔거든요. 일단 한 경기를 뛰기로 했고, 영남대 상대로 연습경기를 했는데 선발에도 못 들어서 후반전만 뛰었어요. 운 좋게 공격포인트를 올렸고요. 한 경기 더 보자고 해 주셔서 이틀 뒤 명지대 상대로는 풀타임을 뛰었어요. 축구인생을 통틀어서 그 한 경기에 가장 열심히 뛰었던 것 같아요. 프로의 스피드를 처음 겪어보니까 버티기조차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경기 끝나고 아버지와 충주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 붙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붙었다는 건 원래 비밀이었는데 입이 근질거려서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말하고 다녔어요. 나 포항 간다고. (웃음)

- 그때 코치였던 김기동 감독이 강력하게 주장해서 선발됐다면서요?
당시 코치였던 김 감독님이 최순호 감독님께 뽑자고 하셨다더라고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어떤 상황이든 드리블로 수비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선수'라는 장점 하나만 봐 주셨대요. 그걸 봐 주신 게 신기해요.



- 첫해 거의 못 뛰다가 2년차에 급성장했고, 3년차인 올해는 완전한 주전이 됐죠. 성장의 계기는 언제였나요?
2년 차 때, 김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으신 것. 최 감독님 계실 때부터 저를 쓰자고 계속 말씀해주셨거든요. 정확하게는 최 감독님이 지휘하시던 시절 데뷔골을 넣었는데, 바로 다음 경기 부상으로 한 달 쉬는 동안 감독님이 바뀌셨어요. 그리고 계속 뛰기 시작한 거죠.

- 축구적으로 가장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였나요?
프로에 왔을 때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게 아버지 덕분이에요. 학생 때는 형들이 저보다 축구 잘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경기장 안에서는 같은 선수인데 왜 위축되냐'고 많이 말씀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고, 조언 듣는 게 좋아요. 남의 객관적인 눈으로 저를 파악해야 하는데 아버지가 가장 먼저 조언해주시니까.

-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프로 첫 선발 경기에서 넣은 데뷔골이요. 홈에서 강원을 상대했는데, 감독님이 전날부터 잘 준비해두라고 말씀하셨어요. 경기장에 들어가면서부터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생각엔 괜찮았어요. 경기력도 그렇고 데뷔골도 그렇고. 그런데 바로 다음 경기에서 어깨가 탈골됐죠.

- 작년보다 올해 더 성장한 것 같은데
성장했죠. 체력. 작년에는 60분이나 70분 즈음에는 쥐가 나곤 했는데 올해는 없어졌어요. 그리고 결정력도 나아져서 10골 6도움을 기록했으니 성장했다고 해도 될 것 같아요.

- 김 감독이 테스트 때 알아본 것처럼, 남들 드리블 안할 때 기습적으로 뚫고 나가는 게 특징인데요.
그걸 나쁘게 보면 판단력 부족일 수도 있죠. 그런데 제 생각엔 공격수라면 도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구자철 선배님이 영상에서 이야기하신 걸 봤는데 한국 공격수는 드리블을 무서워해서 백패스가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싫었어요. 드리블 실패하면 다시 빼앗아오면 되고, 성공하면 득점까지 될 가능성이 열리는데, 졸아서 백패스하긴 싫었어요.

- 송민규 선수는 드리블이 안 통한다고 해서 질질 끌지는 않잖아요?
자신감 있게, 일단 해보는 거죠. 드리블은 득점, 아니면 동료에게 연결하는 거니까. 빠르게 결정지으려고 해요.

- 10월 첫 연령별 대표 소집 때 인상적이었어요. U23 소속으로 A대표 상대로 골을 넣었는데, 기자회견장에 들어올 때는 잔뜩 위축되셨더라고요. 김학범 감독에게 혼난 게 분명해 보였는데.
해산할 때는 분위기가 더 심각해졌어요. '소속팀에서 경기 못 뛰면 앞으로는 어쩔 수 없다' '실력만 보고 뽑는다'고 하셨어요. 절 따로 불러서 말씀하신 건 없지만 무서운 말씀과 좋은 말씀을 모두 많이 해 주셨어요.



- 김 감독이 요구하는 플레이는 잘 소화할 자신이 있으신가요?
어떻게 하면 감독님 요구에 맞출 수 있을지 확실히 알게 됐어요. 자신감 갖고 뛰어야죠.

- 이번 U23 친선대회에 브라질이 나오는데, 멤버가 화려하던데요.
제가 명단을 찾아봤거든요? 레알마드리드의 호드리구 있죠, 아약스의 다비드 네레스 있죠. 근데 제가 네레스의 스페셜 영상을 진짜 많이 챙겨봤거든요. 그리고 엊그제 챔피언스리그에서 호드리구가 골을 넣었잖아요. 저런 선수와 내가 만나다니?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겠지만 최고의 경험이죠. 제게는 외국팀과의 경기 자체가 완전히 처음이에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 이루고 싶은 바가 있다면?
전세계 누구든 저를 아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손흥민 선배님 위치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요. 쉽지 않을 건 알지만, 목표는 항상 크게 잡습니다. 그리고 포항에서 은퇴하고 싶어요. 처음에 시작했던 곳이니 끝도 이곳에서.

- 참고하는 선수가 있나요?
앙토니 마르시알이요. 저평가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히샬리송과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 선수 과감하더라고요. 공만 잡으면 무조건 돌파하는데, 잘 통하던데요.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K리그 선수 게임대회에도 나갔죠. 즐겨하는 게임이 있어요?
PC로는 피파를 많이 했고 제일 잘 해요. 그리고 태블릿 PC로는 FM을 하는데요. 매번 캐릭터를 재생성해서 하는데, 사실 K리그 감독은 재미 없어요. 얼굴도 다 안 나오고 포텐도 이상하고. 결정적으로 제 포텐이 낮거든요. 잠재력을 보면 별이 5개 중에 3개 정도? 제가 어떻게 해서든 송민규를 키워보려고, 공격포인트 올릴 때까지 계속 로딩하는 짓도 해봤어요. 그러니까 별 4개로 늘더라고요. 제가 유럽팀 감독 돼서 송민규 영입하고, 국가대표 감독 돼서 송민규 차출하고. 그런데 송민규로 발롱도르는 못 받아보고, 말라가 진출은 시켜봤습니다. 그리고 라리가 베스트일레븐과 도움왕까지. 김기동 감독님이요? 한 유튜브 영상에서 직접 FM하시는 것 봤는데, 저를 안쓰시더군요….

▲ 송민규의 시시콜콜한 프로필

롤모델 : 김승대 / 만만한 형 : 이상기. 질문을 친한 형으로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 / 축구선수가 되지 않은 평행우주의 송민규 : 요리사 / 요리 실력 : 친구들과 펜션에 놀러 가면 된장찌개와 제육볶음 만들어 먹일 정도 / 요리 멘토 : 엄마, 막히면 백종원 레시피 / 즐겨보는 유튜브 : 내 이름을 검색해서 나오는 영상 / 제일 잘 하는 게임 : 피파 / 좋아하는 노래 : 스컬 '그대가 떠나갈 때' / 인생 최고 플렉스 : 지금 차고 있는 롤렉스 시계 / 숙소에서 제일 소중한 물건 : 롤렉스 시계, 그리고 팬들이 준 선물 / 눈썹 상처의 비밀 : 초등학생 때 아는 동생의 물안경에 맞아서 찢어졌음. 스크래치 아님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436&aid=00000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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