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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12년 1월 코스모폴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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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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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을 걷는 남자


카멜레온 같아서 수많은 광고주들이 눈독 들이는 배우, 명품 아역에서 순식간에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그런 흔한 말로 배우 김수현을 표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김현철의 음악을 즐겨 듣지만 이따금 4차원에서 온 것처럼 말하고, 끊임없이 농담을 즐기면서도 스스로를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표현하는 그는 그저 경계선을 걸어가는 배우일 뿐이다. 미치도록 궁금하다, 김수현이 어디로 튈지.


1월 초에 방영될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맡은 왕 역할도 나름 일편단심 캐릭터라고 들었어요. 아, 멋있겠다! 이 초롱초롱한 마스크로 일편단심 순정을 가진 왕을 연기한다니!

- 하하. 음, 제가 맡은 ‘이훤’이라는 캐릭터에게는 오랫동안 사랑해온 ‘연우’라는 여인이 있었죠. 세자일 때부터 너무나 사랑한 여인이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중전 자리에 오른 여인이 또 하나 있고, 결국 이훤이 사랑하는 연우는 사약을 받고 죽게 되는 비극적인 사건도 생겨나요. 기본적으로는 멜로지만 추리 드라마 코드가 강한 작품이라서, 제가 심문을 하거나 설득하는 장면도 많이 나와요. 요즘 작품 준비가 한창인데 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바로 그 때문이기도 하고요.

아,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데요?

- 심문을 하거나 혼자서 사건의 퍼즐을 맞춰 해결해 나가는 장면은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와는 또 다른 연기적인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사극 연기 자체가 처음이기도 해서 발성 같은 부분이 생경한 것은 물론이고요. 20부작 중에서 아역 연기자들이 5부까지 나오고 저는 6부부터 등장할 예정인데,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아직 대본을 보고 입 밖으로 대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그냥 소리 내서 읽으면 되는 건데 왜 못 읽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아직 제가 만족할 만큼 감을 잡은 상태가 아니다 보니까 끊임없이 조정하고 또 조정하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죠. 어찌 됐든 연습에 한창인 그런 상태예요.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할 줄 모르는 건 사실 배우가 성장하는 데에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너무 만족할 줄 몰라도 안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오래 전 인터뷰에서 봤는데, 수현 씨의 초기작인 드라마 <정글피시> 시사회장에서 펑펑 울었다면서요? 자신의 연기에 실망해서 말이에요. 개인적으로는 그 작품에서 수현 씨 모습이 정말 좋았고 평단의 평가도 썩 나쁘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 기사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 친구 진짜 욕심이 많은 친구구나!

- 사실 그 작품은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해서 더 많이 기대하게 됐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니 뭐랄까. ‘내가 너무 놀았구나’, ‘내가 너무 마냥 즐겁기만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치열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 차라리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의 제 모습을 봤을 땐 그래도 내 스스로가 ‘좀 성장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 이건 잘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 저렇게 연기하기는 좀 힘들 것 같아’ 그런 생각이오. 잘했다 못했다, 그것과는 무관하게 저건 딱 유일한 순간이었다는 느낌. 그때였기 때문에 그만큼 할 수 있었다는 결론. <크리스마스...>는 저에게 아무튼 참 특별한 작품이었어요. 브레이크 샷 같은 작품이오. 브레이크 샷이 뭐냐고요? 왜 당구 칠 때 삼각형 모양으로 볼을 모아놓잖아요. 그 상태에서 치면 공이 사방팔방으로 확 퍼져나가고요. 제 연기 생활에 그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럼 지금은 어때요? 어떤 상태예요?

- 음. 그러니까 지금은 2008년,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아직 뭐라고 해야 하나, 한 번 더 혼나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어떻게든 또 잘 해결해야겠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요.


처음 연기를 시작한 게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였다면서요? 어머니가 고등학생이던 수현 씨를 극단에 데려갔고, 거기서 처음 연기란 걸 경험하게 됐다는 부분이 참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을 때니까 아무래도 연기에 대해서 깨지고 하는 순간도 있었겠지만, 뭔가 ‘아, 이건 운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 드라마틱한 순간이 수현 씨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을 거 같아요.

 - 처음 연극 무대에 섰을 때만 해도 ‘나는 꼭 배우를 해야지’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언젠가 마지막 공연 날이었는데, 아주 작은 소극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을 하고 있었어요. 배우들과 손을 잡고 인사하려고 몸을 앞으로 숙였는데 고개를 차마 들 수가 없는 거예요.

 
왜 고개를 못 들어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 고개를 들면 이 무대가 완전히 끝나니까. 그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더라고요. 시간이 멈췄으면 했죠.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몇 초쯤 후에 고개를 들었어요. 근데 무대 위에 서면 조명 때문에 순간적으로 앞이 하나도 안 보이고 눈이 부시기만 하잖아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귀에는 박수 소리가 가득하고, 그때 정말 멍해졌어요. 기분이 너무 좋으니까 눈물도 막 흐르고. 그때 생각했죠. ‘이 기분을 계속 느끼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평생 배우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어요. 

 
무대 위가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의 맛은 또 다르죠? 어때요?

 - 방송으로 치면 감독님들이 동선 체크하고 하는 그런 과정 있잖아요. 장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무대 위에 대본을 같이 들고 올라가서 연습하는 그런 시간. 저는 그 작업이 정말 재미있어요.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를 흥분시켜요. 그 결과물이 저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작업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계속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건 배우로서 다른 배우들과 감독님과 함게 어떤 결과물을 계속 만들어간다는 부분 때문이겠죠.

 
계속 만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언제쯤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뷔 이래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특별했는데, 좀처럼 만족할 줄 모르는 것 같아 저까지 조바심이 나는 기분이에요.

 - 한 10년 후쯤? 그땐 스스로에 대해서 좀 만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적어도 서른 살은 넘어야 제 색깔을 찾아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배우로서 지향하는 지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그럼 서른네 살엔 뭐가 되고 싶은데요?

수컷이오.
- 네. 얼굴이 진짜 남자답다든가, 목소리가 진짜 예술이다, 그런 단순한 것 말고 그 모든 요소의 총합인, 그래서 그냥 내 옆에만 있어도 ‘아, 지금 내가 진짜 수컷 옆에 있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지금의 나는 수컷이 되려면 멀었고, 소년과 남자의 경계선에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 중에 <바스터즈>란 영화가 있는데, 거기서 크리스토프 왈츠가 맡은 배역에 완전히 매료된 적이 있어요. 흡입력인 대단했죠. 그 배우가 대사를 할 땐 그 대사가 끝날 때까지 관객 중 어느 누구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긴장하고 몰입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죠. 특별할 것 없는 대사였는데도 마치 노래를 하는 것같이 들렸어요. 저도 빨리 그런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여간 빨리 수컷이 되어야 한다니까. 


수현 씨는 잠도 잘 못 자면서 계속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타입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아무리 스스로를 괴로히는 사람이라 해도 웬만하면 잠은 자잖아요.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성격인 거죠?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성격은 언제부터 생겨났어요? 배우로 성장하기에 나쁜 조건은 아니겠지만, 너무 자신을 몰아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자신을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냥 본능적으로 그렇게 해야 결국 내가 원하는 답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아요.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는 거죠.


<드림하이>에서 수현 씨가 보여줬던 ‘송삼동’이란 캐릭터가 사실은 그런 측면에서 수현 씨를 굉장히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눌하고 귀에 문제도 있는데 결국 그 모든 걸 잘 극복해내고야 말잖아요. 수현 씨가 지금까지 보여준 작품 속에서의 모습을 하나씩 되짚어가다 보니, 참 잘 성장했고 또 그 사이사이에는 치열한 극복의 과정이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배우로서 맞닥뜨리는 거의 모든 것이 다 처음 겪는 일인 경우가 많았어요. <드림하이>에서는 처음으로 가수 역할을 해본 거였고,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고, <도둑들>은 첫 영화 작업인 셈이었고, <해를 품은 달>은 또 처음으로 해보는 사극이니까요.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온통 다 ‘처음’인 거죠. 새롭고 낯선 것에 나를 계속 단련시켜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지향하는 지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올라운드 배우. 사람들이 “김수현이 연기하는 작품이라면 일단 보고 싶어”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들었어요.

- 1990년대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요즘엔 특히 김현철 씨 음악을 즐겨 듣고요. 그 노래 아세요? ‘까만 치마를 입고’요. 듣다 보면 문득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그 감성이 너무 좋아요. 딱히 연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듣는 건 아니에요. 음악은 음악이고 연기는 연기니까.


스물네 살이면 한창 연애하고 싶을 때잖아요. 이상형이 누구냐는 질문도 꽤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대부분 좀 장난스렵게 대답한 인터뷰만 있더라고요. 계절마다 이상형이 다르다는 둥, 여자 친구가 있어도 없다고 대답할 거라는 둥. 그렇죠? 자, 오늘 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 건가요?

- 음, 결국 또 그 이야기네. 오늘은 진지하게 대답해야지. 하하. 연애는 무조건 할 겁니다. 꼭 할 거예요. 제가 마음속에 세워두고 있는 목표 중 한 가지는 바로 청춘을 불태우자는 거예요. 청춘을 불태우려면 뜨거운 연애, 당연히 해야죠. 많은 여자를 만나는 것도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저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나를 가늠해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과정이 배우로서의 인생에 꼭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자, 그럼 다음 스케줄은 뭐예요?

뭐하긴요. 대본 연습하러 집에 가야죠. 아무튼 2012년의 김수현, 많이 기대해주세요.

연신 터지는 조명 아래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는, 가장 말단의 신경과 표피 세포 하나까지 온전히 느끼며 100%의 자력으로 컨트롤하고 있는 듯 했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매와 소년의 천진난만함을 담뿍 담은 입으로 자꾸만 '진짜 수컷'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어떤 장면에서 그는 이미 '수컷보다 진한 수컷'의 오라를 진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걸, 그는 알까?



오랜만에 보다 못본덬들 있을까..

화보 더 있는데 폰에 이것밖에 없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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