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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모닝글 화보 인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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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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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싱글즈


청춘에겐 짠맛이 난다



과묵한가 싶다가도 갑자기 모두를 웃겼고, 낯을 가리나 싶으면 상대를 담담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연기하는 것처럼 촬영에 몰입했고, 이동을 하든 밥을 먹든 자기 사람들을 은근히 챙기고 있었다. 일찍 철든 소년의 얼굴을 한 김수현은 그동안 당신이 보아왔던 그대로, 매력적인 인격체로 성장 중이다. 지중해의 보석은 소금이라는데, 과연 김수현에겐 짠맛이 났다. 


김수현의 앳된 얼굴엔 스물네 살답지 않은 고요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건 겉멋도 아니고 원래 천성이 소극적이거나 건조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바르셀로나의 신선한 태양빛 아래 무작정 길을 걷거나, 바닷가 모래밭에서 뛰놀거나, 노천 카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는 내내 오히려 그는 엄마를 웃게 만들고 싶어 애쓰는 귀여운 소년에 가까웠다. 유난히 호탕한 웃음소리에 낙천적인가를 물으면 “그렇지 않아요. 계산적입니다”라고 부러 정색을 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준비했다는 숨겨진 일본어 실력은 언제 발휘할 거냐고 추궁하면 “숨겨진 일본어는 있는데 아직 못 찾고 있어서…” 라며 목울대가 울리도록 또다시 힘껏 웃어젖힌다.

하지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는 찰나엔 예의 그 적요한 표정으로 감쪽같이 복귀해 있다. 커다란 눈, 상대를 응시하는 깨끗한 눈빛만이 화잔등처럼 와서 박힐 뿐. 왠지 모르게 빛과 어둠이라는 미세한 불균형함을 놓고 저울질하는 연금술사 같은, 애잔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글쎄요. 지금 얼굴은 최근에 만들어진 거예요. 사람 얼굴은 계속 바뀌잖아요. 이전에는 조금 더, 연석 느낌이랄까? (두 눈을 손으로 삐죽 치켜세우며) 날카로운 느낌? 원래 표정도 몇 개 쓸 줄 몰랐고 웃는 것도 어색하고 그랬는데.” 연기를 시작했을 때 경쟁력이 얼굴이었냐는 실없는 농담에 그는 자꾸 인터넷 망언으로 찍힐 답들을 이어나갔다. “키가 어디 내세울 만큼 크지도 않고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비교하기 시작하면 다 떨어지죠. 특별히 잘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의 증언에 따르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이래 자신감의 유일한 원천은 고된 연습량 덕분이다. “언젠가 <드림하이> 끝나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삼동이가 엄청난 연습벌레였잖아요. 그런데 제가 삼동이보다 연습량이 훨씬 많습니다라고.”




밤에 가면 사람이 없어서 딱 좋다는 서울숲이나 동네 주차장은 덕분에 가장 애용하는 연습장이 되어버렸다. 믿기지 않게도 최근 2년 사이 이 연습벌레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은 확 줄어버렸으니까. 흥미롭게도 그는 작전이란 표현을 좋아했다. “작품 들어갈 때 작전을 정말 많이 짜요. 어떻게 해도 나를 보여줄 수 있도록 작전을 세우는 거죠. 연습한 거랑 다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도둑들>은 실패했어요.” <타짜>의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영화에 그는 막내 도둑으로 합류해 있다. 도벽이 아닌, 훔친다는 것 자체에 매료되어 있던 그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좀 슬픈 얘긴데 전쟁터에서 자란 어린애가 배운 거라곤, 할 줄 아는 거라곤 총 쏘고 사람 죽이는 거밖에 없는 거 있잖아요. 이 아이도 할 줄 아는 게 도둑질밖에 없는 거, 그런 걸 너무나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돈 계산은 안중에도 없이 열심히 짝사랑만 하는 순수 캐릭터였던 거죠. 감독님이 부각하고 싶어한 게 바로 낭만이었거든요. 지금은 100% 믿고 맡겨놓은 중입니다. 무엇이 나올지 궁금해요.”


사실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에겐, 이쯤에서 눈물맛을 탈탈 털어낸, 철없는 낭만을 기대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슬픈 아이러니나 일찍 철든 불행한 소년의 이미지는 김수현이 처음부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강력한 장기였으니까. 홀어머니 아래 자란 고수의 아역 시절을 연기했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선 단 2회밖에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존재를 뚜렷이 각인시켰고 울기 가득한 얼굴로 어린 이성모 역을 아프게 그려낸 <자이언트>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삼타째, 순수하고 치열했던 삼동이와 싱크로율 100%를 이룬 <드림하이>로 김수현은 날개를 달았다. 아오이유우와 일본 잡지 커버 모델로 나란히 설 만큼, 아시아를 오가는 한류 스타 반열에 올라버렸을 정도로.

“원래 구제불능이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못하고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바뀐 거잖아요. 지하철, 버스를 타면 다들 어! 어! 하니까. 앗, 나는 전혀 아무도 모르는데 다들 내 정체를 알고 있다! 그런 느낌이었죠. 덕분에 겁도 많아지고 사람이 작아졌어요. 이렇게 살다가는 행복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현재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놓고 고민해본 적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 치고는 좀 알쏭달쏭하다. 하지만 문제없다. 그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설명하길 원했다. “제게 처음 연기를 가르쳐준 형이 해준 말인데, 배우가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만족이래요. 자기 만족과 자기 위로는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만족이 위로가 되는 순간 사기꾼이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난 지금의 내 위치, 그런 걸 고민하고 있기보다는 그냥 행복하고 싶어요. 어느 날 놀이터에서 밤을 꼴딱 새면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왜 지금 내가 놀이터에 나와서 이러고 있고, 왜 내가 연기를 하려고 하고, 왜 내가 가족들에게 잘 하고 싶은지…. 마지막에 내린 결론은 행복하고 싶어서였어요.”



스페인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달짝지근한 바람 때문이었을까. 원래 자기 얘기 하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는 그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렸을 때는 왼손잡이, 여자 이름을 가진 게 가장 큰 콤플렉스였고, 질풍노도의 사춘기 중학교 시절엔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쌍한 줄 알았고 지금은 돈과 담배와 게임을 좋아하는 솔직하고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뒤로 갈수록 화개장터 같은 너털 웃음을 터뜨리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 박력 있는 웃음소리에 전염이라도 된 양 함께 웃어젖히다가 문득 아까부터 자꾸 강조하는 계산적인 것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서른여섯까지 인생의 마스터플랜을 설계해놨어요. 그때가 되면 남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 심지어 남자 냄새가 심하게 많이 납니다. 마초는 아니고 안으로 삼키는 느낌이랄까. 아주 멀리서 쳐다봐도 수컷의 냄새가 풍기고 오디오로도 굉장한 자극을 주고 싶어요.”

엉뚱하게도 이 도시와 김수현이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겁 없고 진솔하며 순수한 바르셀로나. 그는 섣불리 자신을 하나로 단정 지을 필요가 없다는 점도, 청춘에겐 짠맛이 나야 제대로라는 점도 직관으로 터득하고 있었다. 스스로 물기를 안으로 삼켜가며 달려가는 일이 앞으로 많이 생길지라도, 그는 결국 강하게 자신을 다잡고 의젓하게 이겨낼 것 같다. 이 낯간지럽고도 진지한 말이 괴로웠는지(!) 그가 갑자기 익살스러운 연극 톤으로 물어왔다. “그런데 제가 지금 착한 척하고 있는 거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아하, 이제 보니 위선자세요?” 땅바닥이 울리도록 커다란 웃음이 또다시 터져나오고야 말았다.


모닝글에 올리기 너무 길어져서 따로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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