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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170608 The 중앙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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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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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의 김수현. 사진=전소윤(STUDIO 706)

 

[매거진M]김수현(29)의 사전에 실패란 없었다. 그는 데뷔 이래 줄곧 비상했다. 촉망받는 아역 연기자로 시작해 ‘해를 품은 달’(2012, MBC)로 도약하더니 ‘별에서 온 그대’(2013~2014, SBS)로 아시아를 넘어섰다. 그의 영화 ‘도둑들’(2012, 최동훈 감독)과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장철수 감독)는 합쳐서 2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괜히 ‘별에서 온 김수현’이 아니었다. 스타에게 신비감이란 숙명이고, 신비감은 친숙함과 반비례하기에 그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김수현이란 판타지도 커졌다.

 

그가 최근 ‘무한도전’(MBC)에 나와 ‘빙구미(美)’를 발산하며 망가지는 모습에 당황한 건 그 때문이다. 아, 김수현도 우리네 평범한 청년이었지라는 당연한 깨달음. 별이 아니라 지구에 발 딛고 있는 사람이란 자각. 그래서 2년 만에 그가 들고 나온 영화가 영어로 진짜라는 뜻의 ‘리얼’(6월 28일 개봉, 이사랑 감독)이란 점은 우연이든, 운명이든 의미심장하다. ‘리얼’은 도플갱어 컨셉트의 많은 영화처럼 ‘누가 진짜인가?’ 혹은 ‘나는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다.

 

카지노 오픈을 앞둔 야심만만한 조직의 보스 장태영(김수현). 그 앞에 암흑가의 대부 조원근(성동일)이 카지노 소유권을 주장하며 나타난다. 카지노를 뺏길 위기에 처한 순간, 의문의 투자자가 등장한다. 장태영과 이름 뿐만 아니라 생김새마저 똑같아지려는 또 다른 장태영(김수현)이다. 김수현은 1인 2역을 연기하며 두 인물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파헤쳐 나간다. 누가 진짜 장태영일까. 또 누가 진짜 김수현일까. 20일 커버 촬영 현장에서 만난 김수현과의 인터뷰는 결국 이 질문으로 수렴되었다.

 

'리얼'의 김수현. 사진=전소윤(STUDIO 706)

'리얼'의 김수현. 사진=전소윤(STUDIO 706)

-'은밀하게 위대하게’(이하 ‘은위’) 이후 영화는 4년 만입니다. 기대가 되나요. 부담이 되나요.

 

“‘리얼’은 대본을 처음 볼 때부터, 필요 이상으로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이제 군대 갈 때도 됐고, 무엇보다 ‘리얼’이 저에게 되게 큰 가봐요. 많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열린 사전 행사에서 다른 배우들은 “시나리오가 쉽지 않았다”고 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기분이 궁금합니다.

 

“111회 차 중에서 101회 차에 제가 나오더라고요. 대본을 보다가 ‘와, 진짜 내가 이걸 어떻게 해. 미쳤나 봐’ 그랬어요. 처음엔 대본을 읽는 데에만 세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그렇게 읽고 나니까, 계속 상상하게 되고 머릿 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그게 고문 같았어요.”

 

―고문이요?

 

“네. 괴로웠어요. 그런데 이상하죠.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맡게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러 번 후회했어요. 죽을 것 같았어요. 준비하는 과정부터 촬영까지.”

 

―무엇이 그리 괴로웠나요.

 

“그게 대본의 힘인 것 같아요. 사실 (연기를 하다) 안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덮어놓고 가야 하는데, 그게 용납이 안되는 영화였다고 할까. 쉽게 지나가는 부분이 없더라고요. 첫 1인 2역이었고, 깊이있게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깊어질만하면 여기도 파야하고, 또 저기도 파야하고. 아, 김수현이 4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편하겠다. 싶더라고요.”

 

―연기력을 시험하는 역할이었겠네요.

 

“네. 저는 계속 그렇게 박치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론 어디 묶여있지 않고 ‘발랑발랑 붕붕’ 떠다니는 것도 좋아하는데, 프레셔가 있고, 뭔가를 짊어지고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취향이라면 취향일까요. 잠을 못 잘만큼 할 일이 많고, 중압감이 있어야 좋은 게 나온다고 생각해요.”

'리얼'의 김수현. 사진=전소윤(STUDIO 706)

'리얼'의 김수현. 사진=전소윤(STUDIO 706)

―두 명의 장태영을 어떻게 다르게 연기했는지 궁금합니다.

 

“겉모습은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각 캐릭터의 ‘태도’를 다르게 정하는데 시간을 쏟았어요. 조직의 보스 장태영은 야심이 많은 인물인데, 기본적으로 많은 것을 혐오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항상 불만이 많아요. 그리고 또 다른 장태영(의문의 투자자)은 모든 것을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에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인물. 네다섯 살짜리 아이 같다고 할까. 이제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한.”

 

―지금 두 번째 장태영을 얘기할 때 눈빛이 더 반짝반짝했어요. 더 흥미로웠나 보죠?

 

“지금까지 제가 맡았던 역할 중에 가장 자극적인 연기였어요. 되게 위험한 연기. 감히 도전할 수 없었던 연기. 옛날부터 그런 연기에 욕심을 냈었거든요. 그래서 더 신났죠.”

 

―두 번째 장태영의 욕망은 누군가를 선망하고, 따라하고 싶고, 닮아가고 싶은 건데.

 

“음. 저게 갖고 싶다, 저렇게 되고 싶다에서 시작하진 않았어요. 원래 저기가 내 자리였는데, 원래 내 것이었는데, 내가 진짜인데, 쟤 저기서 뭐하지? 가짜가. 그러니까 처음부터 믿고 있는게 다른 거죠. 사실 이건 제가 연기를 하는 방식과 똑같아요. 저는 연기를 ‘믿는 것’에서 시작하거든요. 상황을 믿는 거죠. 남의 것을 뺐는게 아니라 원래 내 것을 찾아오는 방식. 그래야 캐릭터를 꺼내기도 수월한 것 같아요.

 

―연기란 게 액션과 리액션의 상호작용인데, 혼자 하는 장면이 많아서 고충이 있지 않았나요.

 

“그렇죠. 김수현이 김수현한테 말하고, 김수현이 김수현한데 대답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내 호흡의 길이를 확실하게 알고 있고, 서로 약속한 태도대로 반응하면 되니까요. 거울을 많이 봤어요. 내가 어떤 얼굴로 얘기하고 있는지. 그러다 혼자 웃기도 하고, 연기가 마음에 안들면 ‘아, 뭐해!’ 라고 말하기도 하고(웃음). 재밌었어요.”

 

―보스 장태영도, 의문의 투자자 장태영도 둘 다 광기가 있어요. 영화의 배경, 세트도 초현실적인 느낌이 있고요. 함께 출연한 조우진 배우는 김수현의 광기에 대해 “눈이 돌아간다고 할까요. 이 친구 점점 미쳐가고 있구나. 이 영화에”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6개월 촬영했는데 약간 취해있었던 것 같긴 해요. 저는 처음 느껴봤는데 이 영화의 배경, 비쥬얼 아트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무척 세서 기가 눌리더라고요. 어떤 배경에선 말 한마디 하기 힘들 정도로. 그 세트의 힘이 얼마나 제 것이 됐는지 기대가 됩니다.”

 

―보스 장태영은 액션을 잘 하는 걸로 나옵니다.

 

“두 가지 액션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하나는 가장 간결하고 깔끔한 한 방의 액션. 또 하나는 가장 곱고 선이 예쁜 액션. ‘태극권’(1993, 원화평 감독) 보셨나요? 이연걸이 주먹을 날리면 (상대 주먹의) 충격을 흡수해서 바깥으로 흘려보내는데, 동작이 다 이어지는 액션이거든요. 정말 안무를 외우듯이 했어요. 제가 몸 쓰는데 울렁증이 있어서, 촬영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복싱 체육관에 다니면서 연습했어요.”

 

―진짜, 가짜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하고,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요.

 

“저도 처음에 영화를 해석하고 지독하게 틀려보기도 했어요. 이야기가 배배 꼬인 미로이다 보니 열심히 길을 쫓다보면 엄한 길로 가 있었거든요. 사실 ‘리얼’의 무기는 그런 것 같아요. 아마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온 다음에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에 대해 다 다른 얘기를 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도 영화의 한 가운데 있으면서 어떻게 읽었는지, 힌트를 주세요.'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됐는데 어떤 학자 분이 한 얘기래요. ‘사람은, 자신은 타인에 의해서만 정의된다.’ 예를 들어 저는 많은 분들이 김수현으로 알고 있어서 김수현이 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날 사람들이 저한테 그러는거죠. ‘태현아, 오랜만이다.’ ‘아니야. 나 수현이야.’ ‘장난하지마. 너 태현이잖아. 볼링 치러 가자. 너 볼링 좋아하잖아.’ 그러면 그 때부터 태현이가 되는 거죠. 혼자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힘이 없으니까. ‘리얼’ 역시 장태영이란 인물을 둘러싸고 그러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리얼'의 김수현. 사진=전소윤(STUDIO 706)

'리얼'의 김수현. 사진=전소윤(STUDIO 706)

―김수현 개인에 대해 묻겠습니다. 김수현도 가족과 친구들 사이의 ‘인간 김수현’이 있고, 무대 위에 올라가는 ‘배우 김수현’ ‘스타 김수현’이 있잖아요. 그 둘은 많이 다른가요.

 

“2017년이 되면서 (세는 나이로) 서른이 됐거든요. 그러면서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너무 멀었거든요. 어느 쪽이 더 용감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서 저는 기대가 커요. 회사(소속사)에선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고(웃음).”

 

―가까워지는 건 좋은 것 아니가요.

 

“네. 그게 멀수록 정신이 망가지는 것 같아요. 주변 동료나 선후배들을 보면 멀수록 힘들어하거든요. 제 스스로도 멀면 못 버티는 걸 알았나봐요. 생존 본능인가.”

 

―둘 사이에서 괴리감을 많이 느꼈나봐요.

 

“어떤 날은 TV에 나온 김수현, 행사장에 나온 김수현을 보고 ‘아, 재수 없어’라고 한 적도 있어요.(웃음).”

 

―이제는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줘도 괜찮다는 믿음이 생긴건가요.

 

“안 보이기 힘들다? 그 쪽인것 같아요. 저도 나이를 먹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제 나름대로 모양이 계속 바뀌면서 가까워지고 있지 않나. 나중에 한 마흔 정도 먹고 얘기해보면 다르지 않을까.”

 

―인기를 즐기는 편인가요.

 

“사실 전혀 못 즐겼어요. 나와 얘(배우 김수현)의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그런데 갭이 줄어들면서 모든 게 고맙더라고요.”

 

―볼링을 열심히 치는 걸 보고, 삶과 일을 균형있게 분리하려는 노력처럼 보였는데.

 

“볼링은 인간 김수현 꺼였는데, 얼마전에 텔레비전에서 쳤으니(웃음). 이제 구분 지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무한도전’에서 볼링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상대하고 싸우는 게임이 아니라 혼자만의 싸움이 되는 게임”이라 좋다고 했어요. 연기는 어떤가요? 나와의 싸움인가요. 상대와의 경쟁인가요.

 

“연기도 볼링 같은 멘탈 게임이죠. 제가 멘탈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볼링에서 점수를 뽑는 거랑, 감정 연기랑 비슷해요. 예를 들어 명동 한복판에서 연기를 해요. 눈물을 흘려야 하는 상황인데 옆에서 지나가던 누군가가 ‘와, 김수현이다!’‘촬영하나봐!’‘뭔데?!’ 그러면 집중이 안되잖아요. 가서 ‘리얼 촬영 중입니다’ 할 수도 없고(웃음). 다시 집중하려고 하면 저쪽에서 중국어로 ‘징수시엔!’ 그러면 집중하기 힘들겠죠. 정말로 멘탈 게임이에요. 얼마나 나를 믿을 수 있고, 얼마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가.”

 

―벌써 데뷔 10년인데, 10년을 자평한다면.

 

“작게 보면 아까운 것도 있고 후회스러운 것도 있지만, 크게 보면 남김없이 쓰고 남김없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30대엔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요.

 

“예전에는 사기꾼도 하고 싶고, 바람둥이도 하고 싶고, 악역도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녔는데, 마음대로 안되더라고요. 선을 정해놓고 사는 것도 애매하고. 그래서 지금은 딱 정하진 않았어요. ‘리얼’처럼 잠 못자게 하는 대본이 있다면 할 것 같아요. 약간 욕심이 생기는 건, 되게 무난한 일상연기. 단순해지고 싶어요. 어떤 배역이 들어와도, 평소에 어떤 자극이 와도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706621#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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