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다시 돌아온 거야
죽지는 못했는데
어떻게 살아야겠는지도 모르겠어서
불도 안 들어오는 빈집에 나를 가뒀는데
사람들이 자꾸 문을 두드려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그저 나한테 뭘 먹여
날 들여다봐
꼭
혼자 있는 길고양이 돌보듯이
무심하고 따뜻하게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는 막 나한테 뭘 부탁하더라
'화장실의 전구가 나갔다'
'세탁기가 고장 났다'
'잠깐만 와서 카운터 좀 봐줘라'
일부러 그랬던 거겠지
이제
내 얘기는 이걸로 끝이야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
모르겠어
그냥 아직은 믿어지지가 않나 봐
이런 일 처음 겪는 것도 아닌데
겪을수록 낯설고 이상해
툇마루에 앉아 있는 감리 씨 얼굴도 생생하고
저기 길목에서
감리 씨가 손 흔들고 '두식아' 부르는 거 같고
아직은 감리 씨가 곁에 있는 거 같아
그래서 어쩐지
떠나보내기가 싫어
조금만 더 할머니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