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19금, 생각은 EBS, 행동은 투니버스, 목소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배우 김남길에 대한 유명 댓글이다. 외모·행동·가치관 등 제각각 다른 김남길의 매력을 응축했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고혹한 눈빛, 중저음 목소리는 익히 알려진 바. 다른 면모를 살펴보면 김남길은 극과 극의 매력을 함께 갖고 있다.
예능에 출연할 때면 장난끼가 그의 얼굴 가득 퍼져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농을 던지고 잠시도 가만있질 못한다. 그런데 실생활에선 선한 영향력을 지속할 줄 아는 휴머니스트다. 김남길은 비영리단체 ‘길스토리’를 10년가량 운영하며 문화·예술 지원, 해외 봉사활동 등을 펼쳐왔다. 스타가 솔선수범하니 팬들도 그 뜻에 동참하고 나눔의 가치는 더욱 커져갔다. 기부 콘서트 ‘김남길의 우주최강쇼’를 개최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물론 본업인 연기에도 진심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비담 신드롬’을 일으키며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드라마 <나쁜 남자> <명불허전>, 영화 <무뢰한> <살인자의 기억법> <비상선언> 등에 출연하며 카리스마와 익살스러운 면모를 오갔다. 까칠함과 깡으로 무장한 가톨릭 사제 ‘김해일’을 연기한 <열혈사제>, 남다른 감수성으로 범죄 심리를 꿰뚫는 범죄 행동분석관 ‘송하영’으로 활약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로 SBS 연기대상을 두 차례 거머쥐며 연기파 배우임을 입증했다. 공백기도 거의 없다.
최근 그의 선택작은 넷플릭스 <도적: 칼의 소리>. 1920년대 간도를 배경으로 한국형 웨스턴 장르를 표방한 내용으로, 김남길은 일본군에서 도적단이 된 ‘이윤’ 역을 맡았다.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며 한 손으로 윈체스터(장총)를 돌리는 멋,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순애보와 주변인을 위해 주저 않고 달리는 의리, 결코 헤어나올 수 없을 듯한 사연 있는 깊은 눈빛까지. 자칫 클리셰가 될 수 있는 설정은 김남길이 더해지자 풍성해졌다. 거친 황야를 배경으로 벌이는 액션 활극은 더없이 화려해지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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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배우 김남길은 알겠는데, 대화할수록 인간 김남길은 어떤 인물인지 감이 잘 안 잡히네요.
“단순해요. 다만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에요. ‘당신은 좋은 어른인가?’라고 묻는다면 스스로 답하기 좀 어렵잖아요. 저를 보고 떠오른 저마다의 느낌이 있다면 그게 다 맞겠죠.”
김남길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매력을 보여줬다. 시선을 사람을 향해 두고 진심을 다해 깊게 다가가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아 자유자재로 방향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가벼우면서도 깊은, 진중하면서도 잔망스러운, 이처럼 전혀 다른 결의 표현들이 김남길 안에서 묘하게 합치됐다. “본인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이 세상 언어로 나를 정의할 수 없다”는 김남길의 답변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선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