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보니 진짜 뭐라도 남긴, ‘뭐라도 남기리’
[엔터미디어=정덕현] 김남길과 이상윤이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 바깥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김남길과 이상윤은 도시에서 살아가다 길을 잃은 이들의 질문을 대신 묻는다. 정답이 있는 게 아니지만, 똑같은 길 바깥의 또 다른 길 위에 서 있는 그들은 그 삶 자체로 답을 해준다. 이것이 MBC 4부작 다큐멘터리 <뭐라도 남기리>가 담아낸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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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남기리>는 김남길 배우의 이름을 따서 붙인 제목이지만, 그 형식 자체가 힘을 뺀 느낌을 주는 다큐멘터리다. 김남길과 이상윤이 함께 바이크를 타고 달리고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 속에서 '뭐라도 남길' 만한 것이 있을 거라고 막연히 믿고 가는 것. 그런데 신기하게도 진짜 이 다큐멘터리는 꽉꽉 채워 넣은 기획의 다큐멘터리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비워놓은 여백이 오히려 만들어내는 잔향이랄까. 뭐든 가득 채워놓거나 자극적인 것들에 늘 노출되어 있는 우리에게 '뭐라도'라는 말이 주는 여유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뭐라도 남기리>는 4부작으로 끝을 맺었다. 요즘은 드라마나 예능만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도 독하고 자극적인 것들이 적지 않다. 그 속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저 비수구미 마을의 집배원 아저씨나 강원도 오지를 찾아가는 왕진의사처럼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런 다큐멘터리가 4부작으로만 끝을 맺는 건 더욱 아쉽다. 적어도 모두가 달릴 때 걷는 속도로 가는 또 다른 길도 있다는 걸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하나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시즌제라도 다시 돌아와 뭐라도 남겨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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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읽어봐 진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