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이 갖고 있는 책임감
"현장이 편안해야 내가 편안하다"
후배 연기자들의 롤모델 된 이유
연차가 제법 쌓인 배우들이 늘 입에 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초심'이다. 그만큼 초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실제로 일부 연기자들이 신인 시절 느낀 연기에 대한 갈망을 잠시 잊고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자가복제 식의 연기를 펼쳤다가 대중의 외면을 받는 일이 왕왕 벌어지기도 한다. 이 가운데 배우 김남길의 특별한 연기론이 많은 이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중이다.
지난 1999년 드라마 '학교'로 데뷔한 김남길은 올해로 데뷔 24주년을 맞이했다. MBC 31기 공채 탤런트를 수석으로 합격했는데 이는 MBC 공채 탤런트의 마지막 기수다. 김남길은 꾸준히 밝혔듯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대학교를 자퇴한 후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로 극단에 들어간 후 단역부터 시작했다. 필모그래피가 유독 빽빽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남길을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작품은 '선덕여왕'이다. 드라마 '굿바이 솔로' '연인' '굳세어라 금순아', 영화 '후회하지 않아'로 내공을 쌓았고 이는 '선덕여왕'에서 한 번에 터졌다. 퀴어 영화가 지금처럼 주목을 받지 않던 시절이었음에도 김남길은 '후회하지 않아'를 통해 계속 연기를 이어나갔다. '선덕여왕'으로 단번에 스타가 된 김남길은 소신을 갖고 차기작을 택했다. 드라마 '나쁜 남자' '상어'와 영화 '해적'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는데 김남길은 극중 전혀 다른 이미지를 선보이면서 흥행력까지 갖춘 배우가 됐다.
이처럼 김남길이 십수 년간 꾸준히 한국 콘텐츠의 기둥이 된 이유는 크게 복잡하지 않다. 연기에 집중하고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면서 자연스럽게 그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단순히 시간이 흘러 쌓인 연차가 아니다. 김남길은 유독 현장에서 주조연 후배 연기자들을 배려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후배들은 입을 모아 현장에서 김남길로부터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주연의 책임감을 논하긴 쉽지만 누구나 지키는 일은 아니다. 고두심이 방송에서 언급했듯 깊은 마음에서 비롯된 리더십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김남길이 직접 "과거 연기할 때 예민했다"고 밝힌 고백이 유독 의미가 깊은 대목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진하는 자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연이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자연스럽게 예민함으로 직결된다. 이 과정에서 김남길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직접 체득했다. 현장을 편안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마음가짐도 다잡은 것이다.
지난 2월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일랜드'에 출연한 차은우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남길에 대한 믿음으로 작품에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김남길은 소속사 대표이자 이수경의 일일 매니저로 분해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줬다. 이처럼 후배 연기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김남길이 얼마나 멋진 선배인지 알 수 있다. 초심을 지키려 노력하는 김남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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