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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풍이 마주하는 병자들의 아픔은 현대인의 아픔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전염병,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데이트 폭력 등 현 시대에 직면한 문제들이 조선시대 의원인 유세풍의 환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세풍은 그런 환자들의 몸을 치유하는 것을 넘어 그 원인이 되는 마음의 병까지 읽어낸다. 마음 심(心)에 의원 의(醫). 유세풍은 의원이자 심의다. 이 말도 안 되는 스펙의 인물이 극 안에서 생동감있게 존재할 수도록 하는 건 바로 배우 김민재의 몫이다. 말끔한 얼굴과 우수에 젖어있는 눈빛, 명확한 발성과 안정된 호흡 등 전적으로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유세풍의 매력은 오롯이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환자의 신분이 어떻든지 간에 유세풍은 흔들리지 않는다. 양반네가 윽박지르면 술책으로 정신을 쏙 빼놓고, 신분이 낮다하여 허투루 치료하는 법이 없다. 게다가 전염병 현장에 뛰어들 만큼 환자를 위하는 남다른 사명감을 지닌 참의원이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수준의 설정과 빠른 속도감 사이, 비어 있는 서사나 감정선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집중시켜 메우는 것은 세밀하게 장면 사이의 빈틈을 채워넣는 김민재의 존재다. 첫 사극 출연작이던 tvN '도깨비'(2016)에서 짧은 분량에도 왕으로서 무게감을 증명한 것처럼, 오락물이라 할 수 있는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에서도 그는 천방지축 세계관의 중심에서 무게감 있게 이야기를 정돈하고 주연배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유세풍은 극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를 돌보며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김민재는 과거 인터뷰에서 "계속 무언가를 해요.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 부지런히 연습하고 많은 것들을 봐요. 그렇게 제가 잘하게 되면 누구든 저라는 사람을 쓰고 싶지 않겠어요"라고 말할 만큼 성실하게 자신을 수련해왔다. 데뷔 이래로 한해도 쉬지 않고 쌓아올린 여러 페이지의 필모그래피도 이를 증명한다.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이 인기작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민재는 이 작품으로 분명하게 자신을 향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수많은 감정의 속살을 지닌 배우이자, 날 서지 않은 강인함을 지닌 배우. 단기간에 자신을 혹사시켜 몸소 겪은 것들로 터득한 것들이다. 강하지만 편하기에 자꾸만 이끌린다. 계수의원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아마 김민재의 유세풍 진료실은 오은영 박사 못지않게 '풀 예약'이 차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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