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페르소나-‘선재 업고 튀어’로 연기 앙상블의 힘을 보여준 김혜윤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배역 몰입도 좋고 대사 전달력 탁월
다양한 작품 거치며 연기 내공 입증
‘선재’ 화제성 급상승 주도적 역할
상대 주인공 빛나게 해줌으로써
자신 또한 빛나게 하는 저력 발휘
김혜윤은 지금껏 해온 작품 속에서,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좋고 그걸 표현하는 데 있어 군더더기가 없는 데다 명확한 딕션에 의한 대사 전달력 또한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이번 ‘선재 업고 튀어’에서도 그렇지만 시시각각 감정 변화가 많은 연기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곤 했다. 때론 소녀처럼 수줍어했다가, 때론 명랑하고, 때론 슬픔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런 다양한 감정 표현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내는 저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혜윤의 첫 주연작인 ‘어쩌다 마주친 하루’는 이러한 그의 역량이 온전히 돋보인 작품이었다. 그는 이 작품 속에서 만화 속 단역인 은단오와 자아를 가진 은단오, 그리고 작가의 전작만화 속 은단오라는 1인3역을 연기했다. 만화 속 세계를 그리고 있는 판타지의 난점까지 생각해 본다면 이 작품이 김혜윤에게 얼마나 큰 도전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때도 김혜윤은 특유의 다양한 감정연기를 선보이면서 극중 상대 역할들을 돋보이게 했다. 이 작품에 상대역으로 출연한 로운, 이재욱 같은 배우들이 그 후로 인기가 급상승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혜윤은 이제 27세의 나이지만 2012년부터 다양한 단역, 조연 등을 거치며 배우로서의 길을 넓혀왔다. 공식 데뷔작은 2013년 SBS에서 방영된 ‘TV소설 삼생이’다. 그 후로 ‘야왕’ ‘너의 목소리가 들려’ ‘수상한 가정부’ ‘왕가네 식구들’ ‘나쁜 녀석들’ ‘오만과 편견’ ‘펀치’ ‘닥터스’ ‘푸른바다의 전설’ ‘쓸쓸하고 찬란하시니 도깨비’ 등 다양한 작품을 거쳤다. 꽤 유명한 성공작들이지만 대부분 단역을 했기 때문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김혜윤은 2018년 ‘SKY 캐슬’을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이 작품을 연출한 조현탁 감독이 “김혜윤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설득시킨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는 드디어 주연으로서의 김혜윤이라는 배우의 역량을 분명히 보여줬다. 영화 ‘불도저를 탄 소녀’로 청룡영화상, 한국영화제작협회상, 대종상, 들꽃영화상 등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아직도 교복을 입고 나오는 학생 역할에 어울릴 정도로 동안인 데다 20대의 나이지만 연기 폭이 꽤 넓다. ‘SKY캐슬’과 ‘어쩌다 발견한 하루’, 그리고 ‘불도저를 탄 소녀’의 캐릭터가 모두 상이한 데다 그 연기 색깔도 다르다는 점은 이 배우가 지닌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혜윤의 페르소나가 특히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는 ‘라디오스타’의 대사처럼 연기도 삶도 앙상블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현재 그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로 떠오른 건, 그 역시 함께 연기해온 배우들을 빛나게 해주는 그의 연기 덕분이었다. 타인을 빛나게 해줌으로써 자신 또한 빛날 수 있다는 앙상블의 힘을 김혜윤만큼 잘 보여주는 배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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