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웅 감독의 <불도저에 탄 소녀>는 그런 점에서 사소한 이야기가 강력한 공감의 일격을 지니게 되는 또 다른 예가 될 것 같다. 한쪽 팔에 문신으로 도배를 한 거칠고 난폭한 10대 주인공 소녀는 아버지의 의문사 이후에 세상을 파헤치는 탐문자가 된다. 그런데 이 소녀는 꾀도 없고 대책도 없다. 전에 없이 크고 두려운 상대를 맞이하여 그녀가 하는 일은 부딪히고 또 부딪히는 일밖에는 없다. 나는 초반부를 보며 이렇게 곤경과 난관만을 직설적으로 쌓아가다가 도대체 어떻게 해법을 찾을 것인가 다소 궁금했는데, 영화는 세련된 해법을 찾는 대신 더 막무가내의 대책 없는 문제를 일으켜 그 폭발력으로 우리를 공감의 장에 떨어뜨린다.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140/000004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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