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말에 집에 가만히 있어본 기억이 없다.
가끔은 그게 귀찮기도 할 만큼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났었다.
산이기도 하고 바다이기도 하고, 도시이기도 하고 시골이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비가 오기도 하고 눈이 오기도 하고,
해가 쨍쨍하기도 했다. 늘 다른 세상을 보았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 나는 꽤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 영어회화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여러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하는 공부였는데, 차로 한 시간쯤 걸리는 거리였음에도 그 수업을 계속 들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걸 귀찮아하지 않고 데려다주신 엄마 덕분이었다.
귀찮을 법도 하셨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세상을 봤다는 게 지금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는 가늠할 수도 없고,
앞으로 자랄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지 지금은 알 수 없는 것 같다.
집안 형편이 아주 많이 넉넉했던 편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준 엄마, 고맙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 한 가지. 우리 엄마가 어릴 때,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영어과외를 시켜주셨다고 한다.
하하하, 진짜 신여성은 우리 외할머니셨구나!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