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지 IDOLOGY 1st Listen
![이번 회차의 추천작](http://idology.kr/temp/pick.png)
샤이니의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했던 디자이너 하상백은 키를 두고 ‘커팅에지(cutting-edge)한 소년’이라는 평을 남긴 바 있다. ‘컨템포러리 보이밴드’를 표방해온 팀에서도 가장 컨템포러리한 이미지와 캐릭터를 가진 멤버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그가 샤이니의 팀컬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심증은 이번 첫 솔로앨범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평소 키는 패션에 관심이 많을뿐더러 옷을 무척이나 잘 입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패션과 음악 그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자신을 가장 ‘커팅에지하게’ 연출하는 것에 정통해 있다는 것을 앨범 내내 증명해낸다. 그야말로 작금의 음악 씬 최첨단에 있는 장르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그는 그 누구보다도 뻔뻔할 만큼 능청스럽게 소화해낸다. 마치 본체 활동 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고 날이 선 부분을 떼어내어 확장한 모양새 같기도. 현 케이팝 씬에서 가장 ‘커팅에지’하고 ‘컨템포러리’한 앨범이 아닐지. 특유의 건조한 음색과 로킹한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Good Good’, 마구 몰아치고 몰아세우는 ‘Imagine’, 폭발하는 처연미가 돋보이는 ‘Chemicals’ 등, 모르고 지나치기 아쉬운 트랙이 가득하니 꼭 일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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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Face”는 두 가지 면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샤이니의 ‘키’, 다른 하나는 인간 ‘김기범’이다. 앨범의 전반부에는 샤이니의 청량감에 감칠맛을 더해주던 ‘키’의 향이 짙게 깔려있다. 트랙을 거듭할수록 고양되는 감각은 ‘Imagine’과 ‘Chemical’에서 정점을 찍고, 뒤로는 직접 작사한 곡들이 이어지며 인간 ‘김기범’의 내밀한 속내가 펼쳐진다. 그가 고백하는 ‘김기범’은 가시를 바짝 세운 고슴도치와도 같다. “선물 꾸리듯 포장”했지만 “빈 상자같이 가벼운” 마음(‘Easy To Love’). “눈치 보기 싫어”하는(‘미워’) “예민하고 모진 내 성격”(‘This Life’). 날 선 결핍을 짧은 소절 단위로 휘두르지 않고 버스 단위로 긴 호흡의 문장에 걸어두며 그의 자기 고백은 더욱 시리게 반짝인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선 내일을 등지고 도망치고 싶단 걸 알지만 세상에 내가 남겨진 의미는 뭔지 너도 몰랐을 너를 찾게 해줄게”라는 다짐에서 드러나듯 (‘I Will Fight’) 그는 결핍까지도 끌어안는다. 톡 쏘는 감각적인 모습부터 삐죽빼죽 모난 모습까지 자신의 모든 단면(face)을 직면(face)하고 표현하는 것. 앨범 제목 “Face”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음악적 성취는 물론 본인의 퍼스널리티에 기대 영민한 셀프브랜딩을 보여준 키/김기범 개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앨범의 전체적인 컬러보다는 좋은 노래만 선택해 담아내려고 했다”고 밝혔지만, 그 스스로가 앨범의 색채로 자리했기에 “Face”는 가장 뚜렷한 색채를 지닌 앨범이 되었다.
3위. 키 – Face
스큅: 날 선 결핍을 긴 호흡의 문장에 걸어두며 자기 고백은 더욱 시리게 반짝인다. 톡 쏘는 감각적인 모습부터 삐죽빼죽 모난 모습까지 자신의 모든 단면(face)을 직면(face)하고 표현한다.
7.
키 (KEY)
FACE
(SM Entertainment)
누가 이 앨범의 효용에 대해 묻는다면, 그룹 이후의 삶을 미리 꿈꾸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내밀 수 있는 훌륭한 샘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음악 시상식 한 번에 수백 명의 아이돌이 서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절하를 당하는 일이 익숙해진 청년들이 많은 요즘 같은 때라면 더더욱. 키가 12년을 기다려서 발표한 이 앨범 한 장은 아이돌 팀들이 활동 중에 잃지 말아야 할 자기애에 관해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데뷔 시절에는 ‘목소리가 튄다’는 이유로 팀 내에서 그가 하는 역할에 대한 평가절하가 이루어지기도 했고, 다른 멤버들이 계속 솔로 앨범을 발매하는 도중에도 음악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연기자 활동을 통해 더욱 자주 얼굴을 비췄다. 물론 그가 음악 외 다른 분야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FACE]는 그의 목소리가 한국 가요계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매력 포인트이고, 연기 연습을 통해 한층 더 발전한 퍼포먼스 수행력으로 솔로 앨범에서 다양한 장르와 그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섞을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FACE]의 타이틀곡 “센 척 안 해”에서 그가 크러쉬(Crush)에게 후렴구를 넘긴 시도는 놀랍도록 모험적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에게는 오랫동안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돋보이는 길보다 팀이 함께 돋보이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자연스레 습득한 요령일 것이다. 그는 언제나 확실하게 의사 표현을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역설적으로 자기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솔로 앨범에서는 타인과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 서서히 감정을 고조시키다가 ‘밤은 짙어 (중략) 더 이상 센 척 안해’라는 후렴구에서 차분하게 노래의 핵심을 전달하고, 노래의 정점인 브리지 부분에 ‘이렇게 약한 나인데’를 키가 부르면서 완급을 조절하는 식으로.조화를 꾀하되, 앨범의 주인공인 자신의 역할을 자연스레 중심에 놓음으로써 오히려 이 앨범은 완성도 높은 키만의 작품으로 거듭난다. 그동안 샤이니의 앨범에서 흔히 사용해온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요소들이 종현, 태민, 온유의 솔로 앨범에서는 R&B, 팝의 정체성으로 수렴됐다면, 키의 앨범은 트로피컬 하우스를 훨씬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EDM의 장르적 성격을 더욱 직접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Odd] 이후 샤이니의 정체성과 더욱 긴밀한 연계성을 갖는다.
소위 ‘멀티 플레이어’는 여러 가지 일을 잘 해내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키는 [FACE]에서 여러 가지 일을 잘 해낼 뿐만 아니라, 그 하나하나에서 발견하고 습득한 것들을 모아 이 앨범 한 장으로 압축시켰다. 샤이니 음악의 정체성과 자신의 개성 있는 목소리, 그리고 표현력까지 모두 그의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후대의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얼마든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솔로 앨범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자기의 능력을 의심하거나 상황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훗날 자신의 장점을 사랑하고 돋보이게 할 방법은 있다. 바로 이 [FACE]처럼. | 박희아
전대한
키 (Key)
“Good Good”
(SM ENTERTAINMENT)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달려왔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키의 새 앨범 [FACE]에게 붙어 있는 ’10년 만의 데뷔 앨범’이라는 수식어를 보며, 놀라움을 넘어서 왠지 모를 경외감까지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금세 커다란 기대감으로 변하여 아티스트를 짓누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앨범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실망감은 아무런 기대가 없을 때보다 배가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키의 앨범 [FACE]는 이러한 위기를 무사히 빠져나간다. 이는 당연히 일차적으로 키라는 매력 넘치는 아티스트의 재능 덕분이다. 샤이니에서는 곡의 변곡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 주로 활용되던 그의 보컬은, 기존의 청량한 느낌을 잃지 않되 미성을 조금 더 섞어낸 개성 있는 음색으로 앨범의 중심부에 홀로 굳건히 자리한다. 한편 이러한 키의 옆에는, 그와 함께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걸어온 SM 특유의 사운드가 있다. 앨범 전반에 걸쳐 신시사이저가 도드라지는 사운드를 배치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LDN Noise나 IMLAY, TAK 등과의 협업을 통해 R&B와 트랩, 하우스 등의 전자 음악의 다양한 세부 장르를 변용하려는 시도를 하여 키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한다.
그 정점에는 두 번째 트랙 “Good Good”이 있다. “Good Good”은 기타 리프가 강조되는 곡으로, R&B 위주로 채워진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조금 동떨어져 있는 대신, 키의 장점인 청량하고 매끄러운 보컬을 펑키한 멜로디 구성을 통해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준수한 팝의 전형처럼 느껴지는 R&B 계열의 곡들보다 이 곡과 “Chemical”을 타이틀로 제시했으면 더 재미있는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라면 데뷔 앨범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