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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KBO는 경기 취소에 대해 대단히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웬만하면 취소시키지 않고 경기를 강행했다. 장마철 확실한 비 예보가 있는데도 취소시키지 않아 투수 운영이 힘들다며 현장 감독들의 불만이 쏟아진 것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비가 쏟아부어도 경기를 하더니, 경기 시간 기온과는 상관 없이 폭염으로 취소되자 의아하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선수들은 “점심 먹고 나왔을 때는 엄청 더웠는데 지금(저녁)은 여름의 평범한 기온처럼 느껴진다” “지난 주 창원이 훨씬 더웠다. 그때는 취소할 만 했지만 오늘은 아닌 것 같다” “이 정도로 취소면 내일도 취소인가”라고 말했다. 코치들도 “예보를 확인하니 소나기도 있고 경기 시간에는 28도로 돼 있어 무조건 하겠다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폭염 취소 규정대로면 내년부터는 8월 지방 경기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선수도 있다. “우천 취소는 꼭 경기할 때 비가 내려야 결정하는데 왜 폭염 취소는 경기 시간 기온과 관계가 없나”라는 반문도 나왔다.
선수단과 관중의 건강·안전을 위해 심각한 더위에는 경기를 강행하면 안 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의문은 KBO의 대처 방식에 향한다.
이 사태가 시작된 것은 지난 7월31일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부산의 사직구장에서 롯데 선수들이 경기 중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이면서다. 찜통 더위에도 경기 취소 여부는 고려조차 않던 KBO는 김태형 감독 중심으로 롯데 구단이 거세게 불만을 드러내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곧바로 8월1일 사직과 창원, 2일에는 창원 경기를 폭염으로 취소했다. 급하게 취소부터 시킨 뒤 ‘기준’은 그 뒤 정했다. 4일 발표했고 한 시간 만에 바로 적용했다. 그런데 그 기준이 현장도 팬들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여름 폭염이 대한민국에 찾아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더위를 놓고 경기 취소 기준을 잡기는 쉽지가 않다. 37도나 39도나 참기 어려울 만큼 덥기는 마찬가지다. 체감하는 더위도 사람마다 다르다. 경기 취소는 리그의 공정성과도 연결돼 그 기준이 투명하고 명확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간단히 뚝딱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간단하게나마 폭염 취소 규정을 몇 년 전 만들어놓고도 거의 적용하지 않던 KBO는 경기 중 선수가 이상 증세를 보이고 여론이 들썩이자 그제서야 바쁘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내놓은 새 규정은 현실적이지가 않다. 4일 낮 최고 기온이 37도, 경기 시간 기온도 35도나 됐는데 폭염중대경보 지역이 아니라서 경기를 1시간 지연 시작했던 인천의 SSG-LG전에서는 관중 2명이 이상 증세를 보였다. 관중이 쓰러지자 KBO는 또 부랴부랴 규정을 손볼 준비를 하고 있다.
광주 동부의 폭염중대경보는 5일에도 사흘째 해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낮 최고기온은 34도고, 저녁 7시에는 30도로 내려간다. 비 예보도 있다. 그럼에도 KBO의 기준대로라면 KIA-KT전은 또 폭염 취소가 된다.
폭염중대경보 속에서 경기를 치른 김태형 롯데 감독이 “KBO가 그라운드에 나와보기는 했느냐”라고 소리친 것은 무작정 더우니 경기를 취소해달라는 뜻이 아니다. 현장 환경을 이해하고 융통성 있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달라는 취지다.
올해 KBO리그에 처음 온 KT 외국인 선수 샘 힐리어드는 “원래 야구는 여름 스포츠다. 폭염 취소는 처음 봤다. 잘 적응해서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경기는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폭염은 어쩌다 한 두번, 하루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다. KBO의 현실감 없는 폭염 취소 대책을 보고 현장에서는 ‘리그 현실에 맞게 결국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 ‘올스타 휴식기를 8월로 이동해야 한다’ 등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뒤늦게 규정 손질만 반복할 일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미 고민해봤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