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은 지난 4월30일 SSG 랜더스와의 대전 홈경기에서 5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KBO리그 최초 대기록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올랐지만 6회 SSG 선두타자 최지훈이 초구에 기습 번트를 댔다. 3루 내야 안타로 퍼펙트가 무산됐고, 리듬이 깨진 류현진은 6회에만 무려 6실점으로 무너졌다.
그 다음날 김경문 한화 감독은 “한국과 미국 야구의 차이가 있지만 미국에선 그런 대기록이 나올 때 번트를 못 대게 되어 있다”며 에둘러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6회로 비교적 이른 시점에 1점차 승부에서 나온 번트는 불문율을 어긴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고, 김경문 감독의 발언은 시대 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서도 나왔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선발투수 개빈 윌리엄스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회까지 삼진 9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퍼펙트 행진을 펼쳤다.
5회까지 퍼펙트를 당하며 0-5로 끌려다닌 애리조나는 6회 선두타자 팀 타와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백네트로 향하는 파울이 되자 클리블랜드 포수 패트릭 베일리가 타와를 향해 짜증 섞인 표정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타와는 이어진 타석에서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나가며 윌리엄스의 퍼펙트를 깼다.
계속된 무사 1루에서 일데마로 바르가스의 3루 땅볼 때 타와가 2루에서 포스 아웃되자 클리블랜드 유격수 브라이언 로키오가 몇 마디 건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진 2사 1,3루에서 경기가 우천 중단된 사이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이 홈플레이트로 모여 언쟁을 벌이며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구장 관리팀이 방수포를 깔면서 자연스럽게 벤치 클리어링 상황은 정리됐다.
‘AP통신’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와는 6회 타석에 들어서기 전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감독에게 번트를 시도해도 괜찮은지 확인했다. 로불로 감독은 “6회 번트는 전혀 불문율을 어긴 게 아니다. 스티븐 보그트 클리블랜드 감독이 우리 팀에 선수로 있을 때 덕아웃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6회까지는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조심해야 한다”며 “타와가 번트를 해도 되는지 물었고, 우리 모두 괜찮다고 했지만 상대방이 불만을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벤치 클리어링에 앞장섰던 보그트 감독은 “야구장에서 일이 벌어지면 가끔 감정이 격해질 수 있다. 우리 선수들에게 말해선 안 될 사람들이 말을 걸고 있어서 화가 난 것이었다”며 불문율과 관련해선 “퍼펙트 게임이 진행 중일 때 그런 상황이 나오면 어떤 사람들은 매우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화난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번트를 시도한 타와는 “야구의 불문율을 이해하고 있지만 동시에 난 출루를 해서 팀에 도움을 주고, 흐름을 가져오고 싶었다. 승부를 벌이다 보면 가끔 이런 긴장감이 생긴다. 이해한다”며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을 받아들였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어야 할 투수 윌리엄스는 덤덤했다. 그는 “별다른 반응이랄 게 없다. 신경 쓰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윌리엄스는 지난달 10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5회 1사까지 퍼펙트 중일 때 미네소타 타자 로이스 루이스가 1~2구 연속 번트 시도를 했다. 두 번 연속 파울이 됐지만 다음 공을 우전 안타로 연결하며 윌리엄스의 퍼펙트를 깼다.
한편 1시간34분 동안 우천 중단된 뒤 재개된 경기에선 클리블랜드가 5-0으로 승리했다. 윌리엄스는 퍼펙트가 깨졌지만 5⅔이닝 1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1승(6패)째를 따냈다. 크리스 세일,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5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 1볼넷 이하를 기록한 역대 3번째 투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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