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선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두산 곽빈 [촬영 이대호]
곽빈은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해가 떨어진 뒤에도 기온 30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밤 무더위 속에서 113구 역투를 완성한 기쁨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나 곽빈은 경기 후 그 장면을 돌아보며 "후회가 된다"고 했다.
그는 "팀이 연패 중이라 제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너무 좋아서 한 것"이라면서 "제 실수다. 타석에 베테랑 최형우 선배가 계셨는데 저도 모르게 나왔다"고 했다.
시즌 9승을 수확해 다승 공동 선두가 됐고, 삼진 8개를 보태 시즌 128탈삼진으로 이 부문 1위를 굳게 지켰다.
또 평균자책점을 2.64로 낮춰 이 부문 리그 2위가 됐다.
하지만 곽빈은 "개인 타이틀은 전혀 신경 안 쓴다. 건강하게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만 생각한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열흘 만의 등판이었던 탓에 1회초 선두 타자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는 등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곽빈은 "초반에는 탄착군이 안 잡히는 느낌이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제구가 잡혔다"며 "삼성 타자들의 타격감이 워낙 좋아 평소 강점을 두던 직구 대신 1회부터 변화구를 많이 섞는 쪽으로 투구 접근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재훈 코치님이 '1회 더 가자'고 하셨고, 나 역시 푹 쉰 만큼 이닝을 길게 끌어줘야 필승조가 수월하게 던질 수 있다는 생각에 6회에도 올라가고 싶었다"며 "팀이 연패 중이었기 때문에 코치진의 강한 의지를 느끼고 책임감이 더 생겼다. 120구까지도 던질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자신의 호투뿐만 아니라 이틀 전 대량 실점했던 동료 투수 최민석을 다독이는 에이스다운 면모도 보였다.
곽빈은 "투수가 항상 잘 던지면 좋지만 이럴 때도 있다"며 "10자책점 중에 자책점은 4점뿐이라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이야기해 줬다"고 전했다.
오는 가을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잠시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동료들을 향한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곽빈은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너무 많이 안고 있으면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 투수진이 다 좋기 때문에 투수들을 믿고 다녀오면 다 잘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인터뷰 내내 주변에 공을 돌린 그는 "무엇보다 팀 연패를 끊을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윤준호와 야수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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