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LG 선수들이 박영현 옆으로 지나갔다. 박해민은 "너무 많이 던지는 거 아니야?"라며 웃었고, 박동원은 "아~만났어야 하는데! 만났어야 하는데 박영현!"이라고 외쳤다. 만약 9회말 문보경이 출루했다면 다음 타자가 박동원이었다. 박영현은 "선배님 오스틴 미쳤습니다"라고 답했다.
박영현은 "근데 오스틴은 타석에 서면 진짜 무섭다. 부담감이 컸다. 완벽하게 던지려 (스트라이크존의) 위, 아래를 썼는데 반응이 없더라"며 "내가 못 던진 것도 있지만 오스틴 선수가 공을 잘 봤다. 좋은 타자라 멋진 승부를 하고 싶었는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고의4구가 나왔다. 팀 입장에선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1사 1, 2루서 오스틴과 맞붙기 전 이강철 KT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왔다. 박영현은 "'괜찮냐?'고 물으셔서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이제 좀 더 신중하게 던져라. 막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며 "감독님의 그 한마디가 좋았다. 걱정해 주시니 보답하고 싶었다. 잘 막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박영현을 먼저 다독인 뒤 야수들에게 "편하게, 편하게. 자신 있게 해. 편하게"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박영현은 "송찬의 형이 초구를 안 치길래 그냥 마음 편하게, 희생플라이 한 점 준다고 생각하고 세게 던지려 했다. (3구째) 슬라이더가 1루 뜬공이 된 뒤 '이제 막았다'고 생각했다. 마침 몸도 풀렸다"며 "그런데 문보경 형이 나와서 힘이 좀 들어갔다. 형에게는 전부 패스트볼만 던졌다. 그게 내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고 돌아봤다.
이어 "제춘모 코치님께서 경기 전 투수들에게 '후반기엔 너희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자신 있는 공 던져라'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불펜진이 전반기에 좋은 성적을 못 내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코치님의 말씀을 귀담아들었고 결국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귀띔했다.
문보경에게 사과의 말도 전했다. 박영현은 "형에게 죄송하다. 나는 타임이 되는 줄 알았다. 계속 가슴이 뛰어서 타임을 하고 숨을 돌리려 했는데 안 받아들여졌다"며 "그냥 던지자 생각하고 투구했지만 밸런스가 완전히 망가졌다. 공이 거기로 날아갈 줄 몰랐다. 너무 급하게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론 해피엔딩이다. 박영현은 "또 '어쩌라고 막았잖아'가 됐다. 나도 이 문구를 안다. 이제 나 정식 영업한다"며 "난 작년부터 이 말을 들었다. 팬분들이 '영현 극장'이라면서 그만 좀 하라고 하시더라. 잘 이겨내 보려고 해도 안 돼 어쩔 수가 없다. 이게 야구인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박영현은 "이제는 9회보다 8회부터 던진 기억이 더 많다. 감독님이 나를 믿고 써주시는 것이고 나도 감독님을 믿고 던지는 거라 정말 행복하다"며 "야구를 하고,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게 제일 즐겁다. 상대하는 타자들도 최상위권 팀 선수들이라 더 재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위 맞대결이라는 점은 신경 쓰지 않는다. 박영현은 "그냥 시즌 중 한 경기라 생각한다. 너무 의미 부여하지 않는다. 아직 정규시즌이 60경기 정도 남아 있다"며 "편하게 임할 것이다. 하늘이 정하신 대로 하면 되지 않겠나. 난 좀 즐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영현은 "9회에 즐기다가 안타, 안타가 나와서 '어떡하지? 오스틴이네'라고 생각했다. 후반기 즐기려고 했는데 이번엔 좀 식겁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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