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벤치의 어이없는 판단으로 자멸했다. 경기를 스스로 내준 듯한 투수 운용에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20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 경기는 두 차례 우천 중단으로 정상적인 흐름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특히 삼성 선발 장찬희는 무려 1시간 가까운 대기 끝에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일반적으로 투수에게 긴 우천 중단은 경기 감각과 몸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그럼에도 장찬희는 3회말 등판 후 탈삼진 2개를 곁들인 삼자범퇴로 이닝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문제는 다음 이닝이었다.
4회말 선두타자 페라자와 강백호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노시환에게 적시타를 맞은 뒤에는 김태연과 유민에게 연속 사구까지 허용했다.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할 정도로 제구가 무너진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위험 신호였다. 볼넷, 안타, 사구가 연달아 나오며 만루 위기가 만들어졌고, 투수는 이미 경기 흐름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은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결국 삼성은 4-1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뒤이어 올라온 불펜마저 불길을 끄지 못했고, 한화는 허인서의 역전 적시타와 이도윤의 적시타, 페라자의 3점 홈런까지 터지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삼성은 순식간에 4-9까지 끌려가며 사실상 승부를 내줬다.
반면 한화는 정반대였다. 김경문 감독은 두 차례 우천 중단으로 리듬이 깨진 왕옌청을 무리하게 끌고 가지 않았다. 3회 2사 1, 2루 위기에서 과감하게 장유호를 투입했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장유호는 위기를 막아낸 뒤 2⅓이닝을 안정적으로 책임지며 프로 데뷔 첫 승까지 챙겼다.
결국 이날 경기의 핵심은 투수력 차이가 아니었다. 위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느냐의 차이였다. 장찬희는 이미 볼넷과 사구가 연속으로 나오며 무너지고 있었다. 특히 장시간 우천 중단을 겪은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빠른 결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삼성 벤치는 마운드의 이상 신호를 끝까지 외면했고, 그 대가는 대역전패였다.
경기 후 삼성 팬들은 박 감독을 향해 "제정신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화가 승리를 가져간 경기였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박진만 감독의 투수 운용이 더 오래 회자될 경기로 남게 됐다. 4-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이유는 선수들의 실책이 아니라 벤치의 판단 미스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https://naver.me/G0pycl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