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른 박찬호, 두산이 다시 느끼는 ‘유격수 보는 맛’

내·외야를 넘나드는 광활한 수비 범위, 자세가 흐트러진 상황에서도 정확도를 잃지 않는 송구, 그리고 어려운 타구마저 평범한 아웃처럼 바꿔놓는 안정감까지.
이쯤 되면 ‘그라운드 위 사령관’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유격수 박찬호(두산)가 잠실 내야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가고 있다.
마치 곡예를 연상케 하는 수비도 어렵지 않게 해낸다. 지난 2일 잠실서 열린 한화전이 대표적이다. 두산이 3-0으로 앞선 7회초, 선두타자 강백호(한화)의 땅볼 타구가 2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향했다. 바운드된 뒤 속도가 죽으면서 결코 쉬운 타구가 아니었다.
기존 수비 위치에서 기다렸다면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터. 동물적인 감각이 필요했고, 박찬호는 망설이지 않았다. 빠르게 대시해 공을 낚아챈 뒤 몸을 곧장 내던져 러닝 스로우로 타자를 잡아낸 것. 기가 막힌 반응 속도와 매끄러운 송구 동작이 한 박자 안에 이어졌다. 말 그대로 ‘날아올랐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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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뒤 3일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그런 어려운 타구를 처리해주면 투수는 마운드에서 엄청난 힘을 얻는다”며 “당시 (마운드 위 웨스 벤자민의) 투구 수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박)찬호가 호수비를 해주면서 투수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단순 운동능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순간 판단과 본능이 맞물려야 가능한 수비다. 김 감독은 “찬호가 그런 쪽으로 특화된 선수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쉬운 플레이는 절대 아니다. 순간순간 판단하기 쉽지 않은데 그걸 본능적으로 해내는 것 같다”며 “(정)수빈이나 찬호처럼 좋은 수비수들은 그런 기질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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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다를 본 사람에게 어지간한 물은 물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두산은 손시헌과 김재호로 이어지는 유격수 명가로서의 기억을 갖고 있는 팀이다.
그만큼 눈높이도 높지만, 최근 몇 년간은 주전 유격수 공백에 신음하기도 했다. 이 아쉬움을, 이젠 박찬호가 잠실 구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채워 나간다. 두산이 다시 ‘유격수 보는 맛’을 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