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김도영이 쓰고 있는 최상급의 기록 안에는 ‘희비’가 있다. 김도영은 지금 자기 야구를 다 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40도루를 찍었던 김도영의 올시즌 도루는 실패 없는 2개다. “홈런보다 도루가 좋다”던 김도영은 지금 마음껏 뛰지 못한다.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30경기 출전에 그쳤다. 또 다치면 큰일이다. 뛰고 싶은 욕구를 반강제로 자제하는 시즌이다. 김도영은 강공을 예상할 때 번트를 대 내야안타를 만들고, 병살타가 뻔한 상황에서도 전력으로 달려 1루에서 세이프를 만드는 타자다. 안 좋을 때는 그런 식으로 감을 찾기도 했다. 하던 방식의 야구를 하지 못하는 것도 잔잔히 움직이는 이 타격 페이스에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다.
김도영도 “예전에 서건창 선배님이 ‘너는 뛰면서 얻는 에너지가 타격으로 나오는 스타일’이라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작년 공백이 큰 것 같다. 2024년에 시즌을 그렇게 잘 마치고 프리미어12까지 분명히 좋게 끝났는데 1년을 쉬어서 안 좋은 습관들이 몸에 밴 것 같다”고 했다.
심한 감기까지 찾아왔다. 기침과의 싸움을 하며 이날 키움전에 나선 김도영은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렸다. 6경기 만에 멀티안타와 타점을 기록했다. 이런 간격 또한 낯설다.
2-0으로 앞서던 7회초 2사 만루에 2루타를 쳤다. 맞은 순간 좌측 높이 떠 쭉 뻗은 타구에 모두가 홈런을 예감한 순간, 김도영도 잠시 멈춰 타구를 바라봤다. 그러나 워낙 강했던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펜스에 맞고 크게 튀었다. 주자 셋 모두 홈을 밟았고 조금 늦게 달려나간 김도영은 2루에 세이프 됐다. 나름의 슬럼프 과정, 밟고 일어서느냐 다시 주저앉느냐의 경계에서 싸우고 있는 김도영의 머릿속을 보여준 장면이다.
경기 뒤 김도영은 “타구를 감상한 게 아니고, 사실 2년 전이었으면 넘어갔을 타구라 약간 갸우뚱했다. 이 정도는 넘어가겠다 생각했다”며 “장타 욕심이 생기기도 했던 것 같다. 홈런 1위이기도 하다보니 어느새 장타를 쳐야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활약으로 단숨에 좋아지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대형 타구를 치고도 김도영은 “확실히 감이 올라오지는 않았다. 감각이 좋아지는 때가 분명히 몇 번은 올 거다.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급하게 마음먹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부터 내가 못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좀 더 밝게 해보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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