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보다 보면 특별한 유형의 선수가 있다. 성적이 아주 좋지도 임팩트가 강한 것도 아니다. 올스타 팬 투표 상위권과도 거리가 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고 기록을 보면 경기 수가 엄청나다. 팬들도 어느 순간 깨닫는다. "이 선수, 맨날 나오네?"라고.
KIA 타이거즈 김규성(29, 우투좌타)이 바로 그렇다. 유격수로 경기에 출전했다가도, 또 어떤 날은 2루나 1루를 본다. 경기 후반에는 대수비로 등장하고, 대주자로 뛰기도 한다. 대타 카드도 낯설지 않다. 선발 라인업에 조용히 이름을 올리는 날도 많다.
김규성은 주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누구보다 자주 그라운드에 서 있다. 지난 시즌 무려 133경기에 출전했다. 팀 내 최다 출전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박찬호와 단 1경기 차이였다. 규정타석에는 한참 부족한 222타석이었지만, 오히려 이 기록이 김규성이라는 선수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매일 조금씩, 팀이 필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며 시즌 전체를 버텨냈다는 의미다. 그리고 올해도 흐름은 비슷하다. KIA가 치른 경기 대부분에 출전하며 또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KIA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를 틀면 항상 김규성이 나온다"는 말까지 나온다. 놀라운 건,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화려함은 없지만 감독 입장에서 꼭 필요한 선수… "어디든 넣을 수 있다"
프로야구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 중 하나는 '계산이 되는 선수'다. 무조건 잘하는 선수만 뜻하는 건 아니다. 경기 흐름을 망치지 않고, 예상 가능한 플레이를 해주며, 급한 상황에서 어느 자리든 메워줄 수 있는 선수. 긴 시즌에서 이런 유형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김규성은 유격수를 포함해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수비 범위가 넓고 송구도 안정적이다. 1, 2, 3루도 무난하게 맡는다. KIA 입장에서는 벤치 한 자리를 사실상 두세 명 몫처럼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KBO리그는 멀티 포지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경기 중반 교체 운영이 세밀해지고 있고, 부상 변수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름 체력 전까지 시작되면 특정 포지션만 가능한 선수보다 여러 자리를 커버할 수 있는 선수가 훨씬 높은 활용도를 가진다.
김규성은 그 부분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KIA 내부에서도 그의 수비 안정감은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주전 내야수들의 부상이 발생했을 때도 이범호 감독은 김규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기대 이상의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유격수 수비에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은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운 건 김규성이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팀에 빈자리가 생기면 어디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프로에서는 자기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선수가 오래 살아남는다. 김규성은 자신이 중심에서 활약할 스타 플레이어 타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대신 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런 선수는 감독 입장에서 절대 빼기 어렵다.
최근 몇 시즌 간 KIA는 유독 부상 이슈가 많았다. 주축 야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탈했고, 라인업이 계속 흔들렸다. 그런데 김규성은 거의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출전 경기 수가 폭증했다.
더 대단한 건 불규칙한 역할 속에서도 체력적으로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백업 선수는 오히려 몸 관리가 더 어렵다. 어떤 날은 경기 후반 1이닝만 뛰고, 또 어떤 날은 갑자기 선발 출전한다. 루틴을 만들기 어렵고 준비도 쉽지 않다. 그런데 김규성은 그런 환경에서도 꾸준히 버틴다.
프로에서는 건강한 선수가 결국 엔트리를 차지한다. 장기 레이스의 특성상 부상 변수는 피할 수 없고 그렇기에 김규성 같은 유형이 더욱 중요하다. 주전이 빠졌을 때 최소한의 전력 하락으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제 김규성은 단순한 백업이 아니다. '1군 생존력 최강 선수'라는 이미지가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프로야구 팬들은 보통 홈런 타자와 에이스 투수를 기억한다. 하지만 실제로 긴 시즌을 잘 버티는 팀에는 반드시 김규성 같은 선수가 존재한다. 누군가 다치면 빈자리를 메우고, 경기 후반 수비를 안정시키며, 필요할 때는 주루로 흐름을 바꾼다. 라인업의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시즌 전체를 이어준다.
이런 선수는 기록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장기레이스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김규성은 지금 KIA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프로다운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 지금의 김규성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