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역시 나이 20대 혈기왕성하던 시절에는 무언가를 잊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득점 찬스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봤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경기를 놓쳤을 때는 다음날 새벽까지도 그 장면이 어른거려 잠을 못 이룬 적이 많다. 그때는 무엇을 해도 분한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뒤로 언제쯤, 베테랑 소리를 들으면서부터는 신체적 반응 속도는 조금씩 떨어졌을지 몰라도 나쁜 잔상을 씻어내는 ‘리셋의 힘’이 세지기 시작했다. 최형우는 초베테랑 선수가 된 지금은 경기를 마치고 퇴근길에 나쁜 기억을 털어내 버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면도기로 밤새 자란 수염을 잘라내고 출근길에 오르는 것이 일상이듯 경기를 마치고 집이든 원정 숙소든 돌아가는 길에는 가슴에 담아둘 필요 없는 것들을 지워 버린다. 그렇게 하려고 애써서 그렇게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부터는 그렇게 하고 있는 본인을 발견했다.
최형우는 “밖에서 어떻게 보실지 모르지만 난 타석마다 내 나름대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고도 말했다. 투수도 달라지고, 상황도 달라지는 매타석 시야를 넓혀 그에 맞는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을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야구장에 새로운 마음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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