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그로 끄는 화 많은 사람 아님?
그게 나야.
열사는 무슨. 그냥 개빡치는데 김경문은 인터넷도 안하고 SNS도 없고 트럭시위에도 긁히는거 같지 않으니 직접 가서 빡침을 전달해주려고 간거지.
노시환 헤드샷부터 빡침누적이 어마어마해졌는데 문동주 수술에서 터져버렸어. 마침 오늘 트럭시위도 하길래. 날이 적당하다 했지.
볼파크는 단차가 낮아서 뭔가 큰걸 들기에는 공간이 안나오고, 스케치북은 카감이 잡아주지 않으면 글자가 안보여.
4절지 정도는 되어야, '카메라가 나를 찍지 않을수가 없는' 크기로 글자가 보이는데, 이러면 크기가 너무 커.
나는 짐 많고 번거로운거 귀찮아서 그냥 현수막을 만들었어. 빨간색 예쁘잖아. 궁서체는 진지하고.
현수막 바탕에 색깔들어가면 돈 더달라고 할까봐 + 이게 뭐라고 그렇게 공들여 만드나 싶어서, 대충 그렇게 했어.
OUT 보다 워딩이 세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어. OUT 정도가, 1인시위에서 허용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문구라고 봐.
이 사이즈의 현수막은 잘 접으면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 가방검사 백날 해봐라.
그리고 옛날에 야구팬들이 걸던 큰 현수막도, 잘 접어서 옷 안에 넣으면 다 들어가. 양쪽 막대는 분리해서 따로 들고가면 되니까.
나 말고, 1회때부터 꾸준히 가운데자리에서 스케치북 들던 분이 더 대단하더라. 그분 스케치북은 글자가 보이더라고. 내 앞에 분도 진짜 큰 용기를 내서 오셨던데. 최강한화 타올 사이즈에 맞춰서 핸드플카 만들어 오셨어. 혼자가 아니라서 겁이 덜 났고, 셋이 랜덤으로 막 들으니 더 잘보이더라.
나는 원래 8회에 들려고 하다가, 앞에분이 늦게 오셔서 앞자리 공간이 비길래 그때부터 들어봤지.
한 세번인가 들었더니 시큐가 와서 뺏어갔어. 덬들이 잘 안보인다고 하길래, 더 높이 들다가 걸렸나봐.
구단에서 가져오라고 했대. 그래서 왜 가져가냐 물으니, 선수 이름이 들어가고 조롱 비하 이런 의미가 있어서 들면 안된대.
근데 1) 김경문씨는 선수가 아닌데요. 그분은 선수가 아니기때문에, 설령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적용한다 하더라도 비판의 범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이나 통상의 야구선수와는 기준이 다릅니다. 2) OUT은 조롱과 비하의 의미라고 보기에 매우 어렵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매 이닝마다 아웃되는 선수들은 모두 조롱과 비하의 대상이 될 수 있지요.
...라고 설명을 해봐야, 시큐가 무슨 죄야. 가장 말단 직원이잖아. 그래서 그냥 줬어. 가져가라고.
왜냐면,
나는 그게 하나 더 있었거든.
원래 좀더 가독성이 좋게 뽑은걸 들었어야 했는데 그거 말고 예비로 뽑은걸 들어버렸지 뭐야.
근데 경기가 끝날 기미가 안보이네? 나는 기차 타고 집에 가야 하는데??
그래서 할수없이,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기차시간은 막 다가오고 마음이 급해서, 뭐 그렇다고 하자.
하여간 그래서, 나머지 하나를 들고 집에 갔어.
우리 공격때 들면 상대팀한테 미안하니까 + 기차시간이 빡빡해서 그냥 우리 수비때 들었어.
그리고 기차역으로 가면서 보니까 온사방에 소문이 다 났더라.
다시 말하지만 나는 열사가 아냐. 그냥 개빡쳐서 쫓아가서 화낸 사람일 뿐이야.
그리고 현수막만 들지는 않았고, 비디오판독 할때 앰프 다 꺼지고 조용하길래(우리 홈구장에는 비판할때 음악이 없었나?)
김경문 나가라!!! 하고 두번 소리질렀어. 덕아웃 바로 옆이니 들었겠지뭐. 못들었으면 귀가 어두운거니 이제 은퇴하셔야 하고.
오늘 문동주 세탁소랑, 파이팅할때 같이 있는 문동주 보니 눈물나더라.
2군에서 쉬면서 피칭 다시 잡고있어야 할 김서현이 언제 또 마운드에 올라올지 몰라서 불안했고, 노시환 뒷통수만 봐도 정말 가슴이 너무 답답했어.
그래서, 이젠 눈막귀막하지말고 제발 좀 나가라고 현수막을 들었어. 그 뿐이야.
솔직히 처음 드는게 어렵지 두번째는 그래도 좀 낫더라.
오늘 바람이 불길래 혹시 현수막이 펄럭거릴까봐 두꺼운종이를 덧댈려고 접어서 가져갔었는데,
그건 재작년 이맘때 최원호 OUT 피켓에 쓰고 남은 종이였지롱. 2년만에 이딴걸 또 들게 될 줄이야.
아마 다음번엔, 현수막이 아니며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을 무언가로 또 빡침을 전달하겠지만, 그 전에 나가라 제발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