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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필승조보다 더 가치 있었던 경기 진행 요원… 감독도 뭉클했다, 조연도 씨앗을 뿌릴 수 있다

무명의 더쿠 | 09:07 | 조회 수 261

https://naver.me/FetveBD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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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수는 44개까지 불어났다. 아무리 롱릴리프로 뛸 수 있는 선수라고 해도 40구 이상은 무리였다. 하지만 마운드에 선 장지훈은 좀처럼 공을 넘겨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운드에 오른 경헌호 투수코치에게 "더 던질 수 있다"고 간청했다. 팀 불펜 사정,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의중을 잘 알고 있었던 장지훈은 9회 마무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마저 정리하겠다고 버텼다.

이 감독은 15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본인이 던지겠다고 했다더라. 사실 (마지막에 등판한) 문승원을 최대한 안 쓰고 싶기는 했다"면서도 "그래도 무리인 것 같았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어쨌든 장지훈이 보통의 불펜 투수 책임 이닝인 1이닝을 넘어 3이닝 가까이를 소화해준 덕에 불펜의 추가 소모는 막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수고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런 선수는 감독으로서는 고맙다. 비록 팀이 연패를 하고 있어도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을 너무 잘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만약 장지훈이 7회나 8회에 무너졌다면 문승원의 투구 이닝이 많아졌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크게 지고 있는 9회에 필승조가 하나 나와야 했을 수도 있었다. 프로야구에는 콜드게임이나 기권패가 없기 때문이다.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누군가는 끝까지 던져줘야 했고, SSG에는 장지훈이 있었다. 이날이 처음도 아니었다. 12일 잠실 LG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홀로 2이닝을 먹고 최소 한 명의 불펜 투수를 아껴줬다.

불펜에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필승조들이 있지만, 매번 이길 수는 없기에 현명하게 출구를 찾아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 지는 경기에서 많은 불펜 소모는 두 배의 타격이다. 1~2점을 주더라도 최대한 적은 투구 수로 많은 이닝을 잡아먹는 투수가 감독으로서는 최고의 투수다. 3-10으로 지나, 3-12로 지나 어차피 패배는 똑같기 때문이다. 흔히 '경기 진행 요원'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인데, 14일처럼 때로는 필승조보다 더 중요한 몫을 하기도 한다.

사실 경기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지고 있는 팀 투수는 흥이 나지 않기 마련이다. 치열함도 사라지고,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장지훈은 자신의 임무를 알고 최선을 다해 던졌다. 시작부터 경기를 다 마무리하겠다는 다짐 속에 올라갔다. 장지훈은 당시 상황에 대해 "어제 몸이 괜찮았다.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힘들어진 것이지 괜찮았다"면서 오히려 "2사 후 딱 한 명을 못 잡아서…"라고 오히려 자책했다. 이 감독이 고마워할 법한 책임감이었다.


장지훈은 한때 SSG 마운드의 마당쇠로 큰 각광을 받았다. 강한 구위를 가진 선수는 아니지만 빠른 승부를 통해 적은 투구 수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지우는 선수였다. 기록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입대 전부터 경기력이 떨어졌고, 제대 후에도 밸런스를 찾는 데 다소 애를 먹었으나 꾸준한 훈련을 통해 점차 나아지고 있다. 자신의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1군에 올라왔고, 콜업 후 3경기에서 5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59, WHIP 0.88로 대활약 중이다.

장지훈은 "퓨처스리그에서도 던져야 하는 투수들이 많다 보니 이닝과 투구 수를 길게 가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까 어제 같은 경우는 뒤로 갈수록 힘이 조금 떨어져 보이는 그런 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를 하면서 빨리 적응하면 괜찮을 것 같다"면서 "어떤 상황이 와도 야구는 해야 한다. 우리는 중요한 상황에서 확실하게 던져줄 수 있는 투수들이 뒤에 있다. 몸을 더 잘 만들고 구위를 더 올려서 투수들을 아낄 수 있게 준비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때로 야구는, 주연과 조연의 경계에서 팀이 만들어진다. 장지훈이 전날 뿌린 씨앗을 발판 삼은 SSG는 15일 아낀 필승조를 쏟아부으며 6연패에서 탈출했다. 박스 스코어에 장지훈의 이름은 없었지만, 전날 불펜에서 동료의 고군분투를 물끄러미 지켜본 필승조들은 장지훈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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