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릴리프.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질 때 출격해 2~3이닝을 맡는 역할이다. 승, 패, 세이브, 홀드가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기부여가 쉽지 않은 보직이다.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 모르니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고, 부상의 위험도 있다.
또한, KBO리그 마운드의 사정상, 롱릴리프가 순수하게 롱릴리프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선발이 구멍날 때 오프너를 맡거나 때로는 한시적으로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간다. 그런데 불펜에서 필승조든 추격조든 연투를 한 선수가 많으면 갑자기 1이닝용 셋업맨으로 호출 받는 경우도 생긴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선발도 구멍이 나지만, 불펜도 이런식으로 구멍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있으면 티 안 나지만, 없으면 티가 많이 나는 보직. 결국 이렇게 모든 보직을 번갈아 수행하는 투수들을 스윙맨이라고 부른다.
황동하 역시 이태양과 함께 1군에서 롱릴리프이자 스윙맨 역할을 수행한다.
이태양은 지난 20일 시범경기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그렇죠 그게 제 팔자죠. 야구를 지금까지 해왔던 그런 팔자고, 그런 거에 있어서 전혀 힘든 것은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야구를 해 왔기 때문에 또 그게 필요해서 KIA 타이거즈가 2차드래프트에서 날 선택해 주셨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태양은 “예민한 부분이 사라졌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다. 선발을 오래 한 투수는 등판 날에 예민하다. 난 중간도 선발도 해봤기 때문에 예민한 부분이 없어서 오히려 그게 장점이다”라고 했다.그러나 이 보직을 후배들에게 권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적응이 잘 됐지만 역시 힘든 보직이다. 아울러 자신과 함께 올해 이 보직을 수행하는 황동하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고 털어놨다. 이태양은 “집안 살림이 좀 잘 돌아가야 집도 깨끗하고 그런 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어느 팀이든 저 같은 선수가 있으면 그래도 좀 편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물론 현실적 고충도 언급했다. 이태양은 “우리팀에서 지금 동하가 어린 친구인데 내가 같이 해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팀 상황상 저 같은 이런 보직을 웬만하면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야구를 지금까지 하다 보니까 필승조, 마무리, 선발 다 힘든데 1~2점차로 지고 있을 때 나가는 투수가, 딱 그 중간에서 한 2이닝 정도 버텨주는 투수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내가 그걸 해서가 아니라 거기서 버텨주면 게임이 후반에 만들어지는 거고, 거기서 못 버티고 터져버리면 필승조 마무리까지도 연결이 안 되다 보니까”라고 했다.
그래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이태양은 “뭐 그거를 알아달라는 게 아니라, 모든 투수가 그런 책임감을 더 가지고 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동하도 분명히 뭐 아쉬운 것도 있고 힘들고 그런데, 그건 아무나 못해요. 진짜 이 보직은…그것도 능력이거든요. 아무나 못하는 보직이니까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있죠”라고 했다.
5선발 경쟁서 밀린 황동하에게 이태양은 “이런 보직은 눈에 보이는 포인트가 없다. 홀드든 세이브든…동기부여가 좀 떨어질 수도 있어요. 사람이 감정도 있고 하다 보니. 그런데 동하에게도 ‘그런 거 신경 쓰지 마라. 이건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존재니까. 자부심을 가지라고 했다. 뭐 아직 어려가지고. 잘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이태양처럼 시간이 좀 지나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도 어릴 땐 몰랐는데 베테랑이란 수식어가 붙다 보니까,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좀 갖고 야구를 했다면 더 좋은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들어요. 그게 안 되니까 야구가 엄청 어려운 거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