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잠시 작년 5월로 되돌려보자. 2024년 5승(7패)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하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성장했던 황동하에게 불의의 교통사고가 덮쳤다. 요추 및 횡돌기 골절이라는, 투수에게는 때로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진단이었다. 한창 날개를 펴려던 청년의 꿈이 산산조각 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황동하는 주저앉지 않았다. 남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그는 보이지 않는 재활군에서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며 4개월을 버텼다. 작년 9월 불펜으로 기적처럼 복귀한 그는, 올겨울 오직 '선발 로테이션 재진입'이라는 간절한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그 지독했던 인고의 시간은 22일 잠실구장에서 눈부신 결실로 맺어졌다.
이날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한 황동하는 5이닝 1피안타 4볼넷 무실점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성적표를 제출했다. 총 투구수 72개 중 직구 38개, 슬라이더 24개를 섞어 던지며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구속은 140~145㎞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의 무브먼트가 일품이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3회 무사 1루에서 두산 박찬호를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숨을 고른 그는, 4회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제구가 잠시 흔들리며 다즈 카메론과 양의지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무사 1, 2루에 몰린 것. 하지만 황동하는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 타자 김인태, 양석환, 오명진을 내리 외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발 투수로서 갖춰야 할 둑이 무너지지 않는 '담력'을 확실하게 증명한 순간이다.
최근 5선발 오디션의 흐름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경쟁자 김태형이 최근 등판에서 다소 아쉬운 투구 내용으로 주춤한 사이, 황동하가 치고 나갔다. 지난 16일 NC전 첫 등판(4이닝 4실점)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씻어내는 이번 무실점 쾌투는, 5선발 경쟁의 무게추를 황동하 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하기에 충분했다. 경험과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절실함까지 더해진 황동하의 페이스가 한 걸음 성큼 앞서나가는 모양새다.
가장 아팠던 어제를 딛고 일어나 다시 출발선에 선 황동하. 그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진한 땀방울과 눈물이 배어 있다.
그가 호랑이 군단의 5선발 자리를 든든하게 꿰찬다면, KIA의 2026시즌 마운드는 그 어떤 팀보다 높고 단단해질 것이다. 올봄, KIA 팬들의 가슴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설레는 이유, 바로 '인간 승리' 황동하가 마운드 위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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