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돌풍의 배경에는 이탈리아인의 뿌리와 혈통을 건드린 감동적인 연설이 있었다.USA투데이는 12일(한국시간) 밥 나이팅게일 기자의 기사를 통해 네드 콜레티 단장이 말하는 이탈리아 야구 대표팀 돌풍의 배경을 조명했다. 마르코 마치에리 이탈리아 야구연맹 회장이 "기적"이라 칭한 이 이변 뒤에는, 경기 전 라커룸에서 울려 퍼진 콜레티 단장의 가슴이 뜨거워지는 한마디가 있었다.
미국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콜레티는 '뿌리'를 이야기했다. "여러분의 증조부와 조부, 부모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 땅을 밟았다. 미래도, 생존의 보장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들은 지하철을 뚫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세우고, 구두를 만들며 머리를 깎았다. 이탈리아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했다. 여러분이 바로 그 위대한 이들의 후손이다. 그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뛰어라."
라커룸은 잠시 정적에 잠겼고, 이내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미국전 승리 후 호텔 방으로 돌아온 콜레티 단장은 나이팅게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감동적이었고 놀라웠다"며 "눈물이 났지만 부끄럽지 않다. 역대 최강이라 불리는 팀을 상대로 우리가 이겼다"고 털어놨다. 월드시리즈를 다섯 차례 경험하고 두 번 우승반지를 받아든 71세의 베테랑 야구인에게도 이 밤은 달랐다.
LA 다저스 단장 출신인 그가 이탈리아 단장직을 수락한 건 단순한 이력서 채우기용이 아니었다. 120년 전 시칠리아를 떠난 조부모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콜레티는 "그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 이번 승리는 우리 조상들에게 드리는 작은 감사"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대표팀엔 독특한 낭만과 문화가 있다. 더그아웃 한쪽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상시 가동 중이다. 홈런을 치고 들어온 선수에게 팀 주장 비니 파스콴티노가 에스프레소 한 잔을 건네고, 아르마니 재킷을 입혀준 뒤 양 볼에 키스하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프란체스코 서벨리 감독은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삶의 방식"이라며 이탈리아 특유의 여유를 드러냈다.
선수단 복장에서도 '뿌리'가 느껴진다. 뉴욕 양키스 시절 사령탑 조 토레 감독의 영향을 받은 서벨리 감독은 모든 선수가 경기장에 올 때 수트를 차려입도록 했다. 낮 경기든 밤 경기든 예외는 없다. 콜레티 단장 역시 미국전 당일 파란 줄무늬 정장을 입고 더그아웃을 지켰다.
피닉스에서 휴스턴으로 향하는 전세기 안에선 노래로 하나가 됐다. 이탈리아 본토 고리치아 출신 백업 포수 알베르토 미네오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를 선창하자, 미국 태생 선수들까지 하나가 되어 따라 불렀다. 통로에서 춤을 추고 와인을 기울이며, 비행기 한 대가 이탈리아어 노래로 가득 찼다. 콜레티 단장은 "40년 야구 인생에서 수천 번 전세기를 탔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