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의 반응은 충격과 공포에 가깝다. 지방구단 한 관계자는 "길어야 6년 정도의 계약으로 알고 있었는데 11년이라는 기간도, 300억원이 넘는 총액도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처음 듣고 귀를 의심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충격은 숫자 자체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계약은 단순히 선수 한 명의 계약 문제를 넘어선다. 한화가 만든 몸값 기준점이 전체 시장의 눈높이를 천장 너머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2년 전엔 심우준과 엄상백 영입으로 시장을 뒤흔들고, 올겨울엔 강백호를 4년 100억원에 영입하며 또 한번 판을 흔들었던 한화가, 이번에는 S급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를 300억원대까지 격상시킨 셈이다.
수도권 구단 한 관계자는 "다른 팀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다들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라며 "'한화 때문에 우리도 큰일났다'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미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원태인, 홍창기 등 리그를 대표하는 예비 FA 선수들의 다년계약 시도가 줄줄이 불발로 끝난 상황. 그 자리에 11년 307억원이라는 새 기준점이 세워졌다. 앞의 관계자는 "이제 내부 예비 FA와 얘기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체적인 시장 인플레가 우려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시장 과열은 구단들이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몸값 거품을 잡겠다며 도입한 샐러리캡 제도는 구단들의 무한 이기주의 속에 이미 유명무실해졌다. 상한액은 계속 높아졌고, 위반 시 제재는 솜방망이 수준으로 완화됐다.
천장이 높아질수록 S급 선수들의 눈높이도 함께 치솟았다. 프런트 출신 한 야구인은 "S급 선수들은 '시간은 내 편'이라고 믿으며 느긋하게 상황을 재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더 큰 판이 열린다는 확신이 시장에 퍼져 있다. 예비 FA 입장에서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는 셈이다. 구단들이 만든 거품이 이제 그들의 발등을 찍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런 파격 계약이 리그 전체의 기준을 단번에 바꿀 거라고 보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노시환 같은 계약이 모든 선수에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0대 중반에 FA 자격을 얻는 젊은 거포라는 희소성, 한화처럼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모기업의 탄탄한 실적까지 여러 요인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계약"이라는 설명이다.
"11년짜리 계약은 구단 수준에서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이 아니다"는 견해도 있다. 구단보다 더 윗선인 모기업 차원의 재가 없이는 어려운 계약이라는 뜻이다. 선수의 조건과 모기업의 상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것. 이 관계자는 노시환과 같은 수준의 계약이 가능한 선수는 리그에서도 당장은 원태인, 훗날엔 김도영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