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치면서 일본프로야구 무대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지명을 받지는 못했다. 야구에 대한 뜻을 접지 않고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3년 동안 뛰면서 꿈을 잃지 않았지만 좀처럼 돌파구가 열리지 않았다. 그때 하나의 소식이 들렸다. KBO리그에서 2026년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시행한다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자신에게 딱 맞는 제도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스기모토는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은) 옛날부터 계속 알고 있었다. 그래서 KBO리그에 흥미가 좀 많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KT가 영입 제안을 했을 때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지만, 즐기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도, 동료들도 모두 만족스럽다.
팀 내 유일한 일본인 선수다. 외국인 선수들은 국적이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스기모토는 그렇지 않다. 걱정도 했지만 기우였다. 스기모토는 "처음부터 적응하기 쉽게 팀이 환경을 만들어줬다. 지금 순차적으로 적응을 잘하고 있다. 캠프를 해외에서 하는 것도 완전 다르지만, 지금까지 안 해본 것이 때문에 적응하는 것도 그것에 맞춰서 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식사도 잘 맞고, 날씨도 따뜻해서 적응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첫 캠프 소감을 밝혔다.
사실 아시아쿼터 선수 중에서도 경력 자체가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다. 타케다 쇼타(SSG)처럼 일본 1군에서 화려한 경력이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일본에서 온 타 구단 아시아쿼터 선수들 중 일부는 일본 1군이나 못해도 2군에서 뛴 경험이 있는데 스기모토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 선수의 '결과'에 더 큰 관심이 모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강철 KT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경력보다 지금 구위가 더 중요하고, 그 구위에는 합격점을 내렸다.
이 감독은 "패스트볼이 굉장히 좋다"면서 "32홀드를 했던 시절의 박영현(2023년)의 패스트볼을 연상케 한다"고 호평을 내렸다. 투수를 보는 눈이 굉장히 까다로운 이 감독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는 것이다. 제춘모 투수코치 역시 "커맨드가 좋다. 몸쪽 패스트볼을 잘 던지고, 커터의 위력이 좋다"면서 "이렇게 훈련을 해본 적이 처음일 것이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게 했는데 시즌에 들어가면 150㎞ 이상을 충분히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구위를 끌어올리고,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아니라 기대한다. 불펜 필승조로서의 기대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실제 최고 150㎞대 초·중반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지고, 여기에 구사할 수 있는 변화구도 제법 많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선발로도 뛴 경험이 있다. 1이닝이라면 던질 수 있는 공이 차고 넘친다. 스기모토 또한 변화구에 더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스기모토는 "한국에서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는 속구파 투수보다는 150㎞에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다. 그렇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크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커터·슬라이더·커브를 구사하는데 그날 잘 들어가는 구종을 결정구로 쓸 만큼 변화구 구사력은 자신이 있다.
해외로 캠프를 떠나는 것도,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누워본 것도, 이렇게 대규모로 단체 스프링캠프를 하는 것도 모두 처음이다. 그래서 더 설레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KBO리그 환경도 처음이지만,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스기모토는 "오히려 관중이 많으면 내 텐션도 더 올라가고 더 즐겁게 던지는 스타일이다. 그것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웃으면서 "(다른 아시아쿼터 일본인 선수와) 경쟁심 같은 것은 전혀 없다. 내 플레이를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쩌다 보니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프로' 타이틀을 달았지만 꿈을 이루는 데 무대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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