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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급하게 1군행을 결정했다. 타석에서 뭔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여러모로 심리적인 타격이 클 법한 시즌이었다. 잘 준비를 했는데 추운 날씨에 한 순간 방심으로 다쳤고, 시즌에 들어가서도 불안감이 있었고, 여기에 성적도 잘 나지 않았다. 4년 FA 계약 후 첫 번째 시즌이라 스스로도 남다른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는데 이것이 다 물거품이 됐다. 어쩌면 시즌 내내 울분에 차 있었을지 모른다.
최정은 "부상이 있어서 규정 타석도 못 들어갔다. 규정 타석 기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부터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와중에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실적보다는 의욕만 앞섰다. 또 햄스트링이 안 좋으니까 과감하게 플레이를 못했다. 시범경기까지 감이 좋았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들어가다보니 타석에서 많이 헤맸다"면서 "빨리 리셋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빨리 시즌이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런 최정은 비시즌 동안 난생 처음의 루틴을 이어 갔다. 몸이 고될 수도 있었지만 시즌 중 받은 스트레스보다는 훨씬 나았다는 게 최정의 설명이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노라 이를 악물었다. 최정은 "시즌 개막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냥 지난해와 쭉 연결되는 느낌으로 시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건강하게 개막전에 들어가는 게 최고 목표고, 그 다음은 많은 경기에 나가려고 노력하는 게 두 번째"라고 했다.
그런 최정은 플로리다 1차 캠프부터 코칭스태프의 호평을 받고 있다. "몸을 잘 만들었다"는 칭찬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비시즌 동안 훈련량을 계속해서 이어 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오버페이스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지난해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한 자책이 있는 최정의 의욕이 이를 덮어버리고 있다. 최정은 "새로운 방법이지만 지금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면서 "마음도 차분해졌다. 담담하다고 해야 할까. 작년에 그런 상황과 경험이 있었기에 이제는 뭔가 대담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훈련하면서 의욕도 넘치고 뭔가가 재밌다"고 했다. 억지로 짜내는 파이팅이 아니다. 최정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부진에서 마냥 다 잃은 것만은 아니었다. 얻은 자신감도 있다. 최정은 준비가 잘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해 95경기에서 23개의 홈런을 쳤다. 정상적으로 뛰었다면 홈런왕 레이스에 나설 수도 있는 페이스였다. 최정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조금 많이 편해졌다. '작년보다 못하겠어'라는 이런 느낌이 있다. 100경기도 못 나갔는데 그 정도 쳤다면, 많이 나가면 더 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안한 마음이라고 하지만, 내면은 치열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정이 다시 게임을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