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의 2025년은 극단적인 기억을 남겼다. '에이스급 스터프'라는 기존의 평가는 어느 정도 확인했다. 커맨드가 되는 빠른 공과 힘 있게 떨어지는 커브의 조합은 일품이었다. 이닝 소화력도 있음을 증명했다. 즉, 던지는 것만 따지면 사실 이만한 퀄리티를 가진 선수도 드물었다. 시즌 전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SSG의 선택이 틀리지 않음을 입증했다.
시즌 24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 2.87, WHIP 1.15는 나무랄 곳이 없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수비가 문제였다. 투수도 공을 던진 뒤에는 다른 야수와 똑같이 수비수가 된다. 야수들에 의존하는 바가 크지만, 적어도 자신의 수비 범위로 들어온 공은 처리를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후 송구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유독 수비 후 공을 던지는 것을 어려워했다. 이에 1·3루수를 바짝 당겨 화이트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으나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는 한계가 있었다.
SSG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은 매일 수비 훈련(PFP)을 한다. 이때 화이트의 수비가 문제로 지적된 일이 없었다. 그런데 정작 시즌이 들어가자 수비가 흔들렸다. 한 번의 실수가 긴장을 부르고, 그 긴장은 또 다른 실수를 불렀다. 약점이 확인되자 상대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화이트를 흔드는 양상이 뚜렷했다. 이것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게 바로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SSG가 화이트와 재계약을 고민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자, 어쩌면 전부인 이유였다. 하지만 SSG는 시장에 화이트만한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고 끝내 재계약을 했다. 화이트는 올해 SSG와 12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연봉 80만 달러·인센티브 1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26일(한국시간)부터 시작된 팀의 스프링캠프에도 정상적으로 합류했다.
약점이 드러난 만큼 이를 고치는 게 급선무다. SSG도 이번 캠프에서 화이트의 수비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 리그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상대가 이른바 '잔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대거 라인업에 넣고 화이트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화이트도 이 문제를 뼈저리게 느낀 만큼 철저하게 대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경헌호 SSG 투수코치는 "이승호 코치와 화이트가 면담을 했고, 여기서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개선점을 찾아서 시즌에는 문제가 없게끔 잘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화이트의 중점을 짚었다. 이숭용 SSG 감독은 "훈련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결국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한 번 잡으면 자신감이 생겨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반복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화이트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분위기다. 구위와 경기 운영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 여기에 지금은 메이저리그로 떠난 드류 앤더슨에게 지난해 배운 킥체인지업의 위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위퍼도 더 날카롭게 연마 중이다. 커브라는 확실한 구종이 있기에 새로운 변화구 장착 자체가 상대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컨디션도 좋다. 몸을 더 빨리 만들어왔다. 지난해 화이트는 몸을 천천히 끌어올린 축에 속했다. 2~3번째 불펜 피칭까지만 해도 구속이 잘 나오지 않다가, 플로리다 캠프가 끝날 때쯤 시속 150㎞를 넘겼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28일(한국시간) 실시한 첫 불펜 피칭에서 최고 146㎞를 던지며 지난해 첫 불펜보다 4~5㎞ 빠른 공을 과시했다. 화이트의 남다른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화이트는 총 31개의 불펜 투구를 소화해 지난해 이맘때보다 투구 수까지 늘어났다. 패스트볼 11구, 투심 4구, 커브 5구, 체인지업 5구, 커터 3구, 스위퍼 3구 등 모든 구종을 다 테스트했다. SSG는 앤더슨이 첫 해 적응기를 거친 뒤 이듬해 절정의 활약을 보여준 것처럼, 화이트도 그 길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진짜 에이스가 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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