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리그 오키나와 캠프를 준비 중인 백정현은 "둘째 생기고 내려놓은 상태다. 이럴 줄 알고 그 동안 (여행) 많이 다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백정현은 열흘 전쯤 자신의 SNS에 '자식이야 말로 가장 큰 재산'이란 스님의 말씀을 아내에게 전하고 소중한 둘째를 얻게 된 인연과 운명의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전했다.
"스님께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노력했을 때 안 됐고, 와이프도 완강했는데, 저희 의도와 상관 없이 인연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딸, 아들 두 아이의 행복한 천사 아빠가 된 백정현. 가장의 힘으로 2026년 마운드 복귀를 향한 첫걸음을 뗐다.
"음, 속상함 보다는 그냥 쭉 가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은 들었죠. 야구 하면서 어깨 아픈 게 처음이었고, 어깨 아프면 그만둔 사람이 많으니, 이제 그만하란 뜻인가. 나이도 있는 상황이라, 나도 그 시기가 온건가, 이제 정말 끝인가 하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그는 멈춰서는 대신 '바꿀 수 있는 것'을 향한 용기를 택했다. '미래의 후배들'을 떠올렸다.
"나중에 지도자가 된다면, 아픈 몸을 어떻게 다시 살려내 효율적으로 던지게 할 수 있을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내 몸을 실험 삼아 보강 운동과 치료법을 적용해 한번 더 살려보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안 아프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투구폼을 수정하면서 점점 더 심플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던 것 같아요,"
부상이란 위기를 진화의 기회로 바꾸면서 20년 동안 마운드를 굳게 지키고 있는 백정현. 그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열흘간 일본 요코하마의 이지마 치료원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충실히 소화했다. 현재는 어깨 통증이 말끔하게 사라진 상태다.
현재 그는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TP)에 돌입해 40m 거리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센터에서 준 스케줄대로 공을 던지는데 통증이 없어 희망적이에요. 무릎 상태도 좋습니다."
백정현은 오는 2월 1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가와 구장에서 열리는 퓨처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투구 강도와 거리를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서른아홉이라는 나이, 그리고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 부상. 우리네 삶은 늘 위기의 연속이다. 수면 위 평온은 수면 아래 끊임 없는 발버둥의 결과다.
"사실 나이 먹으면서 몸이 조금씩 굳거나 아프다가 다친다거나, 늘 겨울마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됐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고 나면 찌뿌둥 하고요. 겨울마다 다니는 센터가 있는데 여기서 운동을 하면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마치 심폐소생으로 살려두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생각대로 변신해온 백정현. 벌써 다음 시즌 공략법까지 구상을 마쳤다.
지난해 효과를 봤던 포크볼 대신, 올해는 타자들이 예상치 못한 '변형 슬라이더'를 준비 중이다. 그는 "손가락 감각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남들보다 훨씬 많이 던져야 한다"면서도 "포크볼은 타자들이 준비하고 나올테니, 효율적으로 스윙을 끌어낼 수 있는 슬라이더 그립과 제구를 위해 칼을 갈고 있다"고 투지를 보였다.
백정현은 "작년에도 개막전 생각도 안했다가 햡류하게 됐는데, 올해는 개막 합류 보다 시즌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완벽한 상태에서의 복귀를 희망했다.
불 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현재의 후배들'을 이끌고 불펜 중심을 잡아줘야 할 큰 형님. "상황이 되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하겠지만, 지금은 내 몸을 회복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 속에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한 용기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 투수 최고참. 한마디 말보다 묵직한 실천을 행하는, 배울 점이 참 많은 좋은 선배다. 삼성의 복이자, 라이온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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