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NC 좌완 에이스 구창모의 이름은 빠져있었다. 그런데 구창모 미발탁을 두고, 관련 이유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소속팀 NC의 반대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파장이 생각보다 커졌다. 특히 병역 특례가 걸려있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자세였던 NC가 지금은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일었다.
-
하지만 NC가 구창모의 차출에 난색을 표한 것은 정말 '오죽했으면' 싶은 문제다. NC가 2023시즌을 앞두고 6년간 보장 연봉 88억원, 7년차 계약 실행시 최대 132억원의 초대형 다년 계약을 체결한 구창모는 팀의 많은 것이 걸려있는 투수다.
그런데 구창모는 프로 데뷔 이후 잦은 부상으로 한번도 규정 이닝을 채운 적이 없고, 상무 군 복무조차 부상 여파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채 끝났다. 올해 6월 전역 후 NC에 많은 힘을 보태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또 팔꿈치 부위가 좋지 않아 9월이 돼서야 1군 마운드 복귀가 성사됐다. 구단도, 감독도, 구창모 본인도 지겹고 답답한 상황이 수년간 계속됐다.
유리몸으로 '밈'이 되어버린 에이스. 구창모의 WBC 출전을 가능하면 만류하고 싶은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 게 아니다. 거의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인데, 상무 전역 후에도 복귀까지 걸렸던 시간을 감안했을때 내년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열리는 대회에 구창모가 출전했다가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팀의 2026시즌 구상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 내년에도 또 부상이 발생한다면, 이제는 구단도 구창모에 대한 기대치를 접다시피해야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KIA 타이거즈 김도영의 경우, 2025시즌 대부분을 햄스트링 부상으로 날리고도 대표팀 1차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수의 의지가 강했고, 구단도 이쯤이면 재활이 거의 완벽하게 마무리 됐다는 판단 하에 지켜보고 있다. 구창모 역시 언론 인터뷰때 여러 차례 "기회가 온다면 WBC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지만, 구단이 이런 이유로 반대한다면 김도영과 다르게 선수가 고집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또 이번 1차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NC내 유일한 투수인 좌완 김영규도 2025시즌을 마친 후 누적된 여파로 어깨 부위에 불편함을 느꼈고, 8주간 공을 잡지 말라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을 정도지만 김영규의 차출을 막을 명분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팀들은 여유가 있어서 대표팀에 보내는 것은 아니다. 이것에 대한 비판 역시 NC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